미중 양국의 기술 패권 다툼 속에 기업 간 경쟁도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애플이 18개월 만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신형 아이패드를 선보인 7일(현지 시간) 화웨이는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화웨이의 거센 도전 속에 중국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애플의 대응이 주목된다.
8일 중국 증권일보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혁신 제품 발표회를 열고 웨어러블 기기, 메이트 시리즈 노트북과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를 선보였다. 특히 자체 개발한 새로운 태블릿용 그림 그리기 소프트웨어를 첫 공개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가 두바이에서 신제품을 선보인 날은 애플이 새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침체된 태블릿 분야에서 ‘자존심 회복’을 예고한 날이기도 하다. 두 회사의 신제품 발표회 날짜가 겹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9월 7일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가 공개된 날 화웨이는 메이트50 시리즈를 발표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9월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 출시에 한 달여 앞서 자사 메이트60 시리즈를 선보였고 아이폰15 출시일에 맞춰서는 세레스와 협력한 첫 전기차 모델 원제 M7을 공개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화웨이의 이런 행보가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과 시장의 신뢰에서 나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 속에 출시일을 애플에 맞췄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화웨이와 애플이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 경쟁에서는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가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에 판정승을 거뒀다. 중국 내 애국소비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미국의 기술 제재를 뚫고 자체 개발한 7나노 칩을 장착할 정도로 화웨이의 기술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시장조사 기관 카날리스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1170만 대로 시장점유율 17%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회복했다. 애플은 출하량이 1000만 대에 그쳐 시장점유율 15%로 5위까지 밀렸다. 판매량 부진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재차 방문했으나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태블릿 분야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태블릿 출하량에서 애플이 1위를 차지했지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화웨이는 출하량 기준 3위를 차지했으나 출하량과 시장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6%, 2.8%포인트씩 치솟으며 애플을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