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용 메모리반도체로 주목 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HBM이 전통적 메모리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중심으로 형성된 벤더(하청) 구조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면서 그간 M&A에 무관심했던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이 지분 매각 등에 전향적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산업 지형을 바꾸고 생존과 도약을 위해 기업이 M&A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이동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대표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밸류업 시대, 투자·M&A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서경 인베스트포럼에서 “(HBM으로 대변되는) 반도체 생태계의 큰 변화를 맞아 소부장 기업 오너들이 자신보다 더 크고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이 돼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D램에서 HBM 비중을 높이는 가운데 납품 구조의 밑단에서 변화가 일고 있는 셈이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사모펀드(PEF)협의회 회장인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대표는 M&A 시장에서 중심으로 성장한 PEF의 역할을 강조했다. 라 회장은 “고금리 장기화를 맞아 투자와 회수, 펀드레이징 모두 어려운 시기”라며 “PEF가 투자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피투자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 3가지 핵심 과제를 선정해 3년간 집중 실행을 통해 3배 이상의 밸류를 높이는 프랙시스캐피탈의 ‘트리플3’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은 축사에서 “M&A는 기업가치 제고의 효율적 수단”이라며 “면밀하고 세심하게 시장 지원에 나서겠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