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감행할 경우 공격 무기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초강수를 둔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미온적이었던 불법 이민자 문제에도 신속 추방을 추진하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일(이하 현지 시간)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에서 민간인들이 폭탄과 다른 공격 방법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며 “만약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진격한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라파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급한 무기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됐다며 해당 무기 지원이 중단된 상태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선적이 중단된 폭탄의 규모는 2000파운드(약 900㎏) 폭탄 1800개와 500파운드(약 225㎏) 폭탄 1700개 등 총 3500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해왔다. 그러나 140만 명이 대피한 라파에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임박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미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확산되고 지지층이 이탈할 조짐을 보인 것도 대선을 6개월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변화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안보 동맹의 하나인 양국의 76년 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양국의 동맹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CNN에 “아이언돔과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확실히 할 것”이라며 방어용 무기 지원은 지속할 뜻을 밝혔다. 또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느냐는 질문에도 “아직 아니다”라며 무기 선적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격받아온 이민자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이르면 9일 일부 불법 이민자를 신속히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규칙을 발표한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일부 불법 이민자들을 수일 만에 망명 불허 결정 및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온 뒤 망명을 신청하면 허용 여부 결정까지 최대 수년이 걸렸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민 담당 관리들이 적법한 서류 없이 국경을 넘어 미국 땅에 들어온 외국인이 국가안보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하면 신속한 추방 절차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가장 강하게 공격받아온 이민정책의 전환으로, 11월 대선을 앞두고 띄운 승부수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집권하면 남부 국경 봉쇄 및 불법 이민자 추방에 나설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에 빠르게 늘어난 불법 이민자 문제를 공격 소재로 삼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