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4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3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2심이 재개된다. 건보공단은 6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2020년 패소 이후 즉각 항소에 나서면서 공단과 담배회사 간 법적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6-1민사부는 이날 오후 공단이 KT&G(033780), 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의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흡연 때문에 암에 걸린 환자들이 추가로 부담한 건강보험 진료비를 물어내라"는 주장을 골자로 담배회사 KT&G, 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533억 원 규모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공단 측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는 연구결과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흡연 외 다른 요인을 질병 원인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공단 측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하고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위험인자인 흡연과 질병 사이에 여러 연구 결과 등이 시사하는 바와 같은 역학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하더라도, 대상자들이 흡연했다는 사실과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해서 그 자체로 양자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대법원의 판례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2014년 4월 10일 개인 흡연자와 가족 등 30명이 담배 제조사인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을 모두 원고 패소로 확정했다. 담배 소송 가운데 대법원이 내린 첫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흡연과 질병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면 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 발병 시기, 흡연 전 건강 상태, 생활 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