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국산 배터리' 극복하려면

이건율 산업부 기자

“가격을 제외하고 성능만 보더라도 CATL 배터리가 우월합니다.”


지난달 프랑스 앙티브에서 만난 한 포르쉐 마칸라인 배터리 전문가는 이렇게 강조했다. 중국의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제품 선정의 핵심 요소일 것이라는 예상은 사실과 달랐다. 그는 “중국은 배터리 셀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5분 동안 셀 밖으로 불이 번져나가지 않는 것을 안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안전성에 있어서도 수준이 높다”고 강조했다.


‘중국산’은 모두 품질이 좋지 않다는 말은 옛말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의 배터리 산업은 태동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덩치를 키웠다. 공장을 공짜로 지어주고 보조금도 소비자가 아닌 기업에 제공하는 등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경쟁력이 가격과 성능 모든 면에서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내부에서는 중국이 모든 미래 기술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우위인 것은 고작 몇몇 소재와 공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차세대 배터리 시장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쩡위췬 CATL 회장은 소듐 이온 배터리를 곧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소듐 이온 배터리는 전고체와 함께 대표적인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쩡 회장은 당시 도요타의 전고체 개발에 대한 발언만 했을 뿐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국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추세다. 투자 지원과 함께 인재 유치 등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현재 CATL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3사의 모든 연구원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과 학계를 통합할 컨트롤타워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통신부는 배터리의 현행 기술과 미래 기술을 각각 책임지고 있다. 이를 통합해 미국의 에너지부(DOE)와 같은 총괄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소통을 강화하고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세계가 배터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달리지 않으면 도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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