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서울에서만 하루에 한 번 꼴로 흉기 이용 범죄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강남 한복판에서 ‘의대생’이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흉기 이용 범죄가 이어져 예방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마포구의 한 노래방에서 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붙잡힌 50대 남성을 시작으로 3일 종로구와 도봉구, 4일 강남구, 6일 서초구, 7일 강남구, 8일 강북구와 성북구에서 칼부림으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작은 시비로부터 금전관계에 따른 원한, 교제폭력까지 범행의 사유는 다양했는데 범행도구는 모두 흉기였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범행도구로 ‘칼’을 이용한 사례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8519건, 2021년 8627건, 2022년 9046건으로 늘어나 흉기이용 범죄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흉기 이용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분당 서현역 칼부림 테러, 신림 묻지마 흉기 난동, 관악구 여성 강간 살인 사건 등 대규모 이상동기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칼부림 테러 예고를 실시간으로 알리는 사이트까지 등장해 개설 하루 만에 5만 명 이상이 접속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상동기범죄를 예방·대응하기 위해 경찰이 대규모 조직 재편을 단행하고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를 신설해 범죄 예방에 나섰지만 강력 범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이 지난달 조사한 ‘경찰 조직개편 추진 정책에 대한 조직원 설문’ 결과 ‘조직개편이 이상동기범죄 대응에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81.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기동순찰대 운영에 따른 가시적 예방순찰 효과 여부에 대해서는 89.0%, 형사기동대 운영에 따른 선제적 형사활동 강화 여부에 대해서는 82.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여성들이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교제 폭력 예방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교제폭력이 살인으로까지 비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양형 기준이 세심하게 돼있지는 않다”며 “양형에 있어 대단히 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률이라는 것이 사후적인 규제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지만 양형 기준을 현실화 해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예방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강력·폭력범죄의 범죄자와 피해자가 연인 관계에 있었던 것은 지난 2020년 8944건에서 2021년 9278건, 2022년에는 1만 26건으로 늘었다.
이날 여성가족부는 “정부는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 여성 폭력을 방지하고 대응하기 위해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 교제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정책의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보완하기 위해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