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금천구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 내 한 고층 건물.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서울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서울센터)가 이날 이곳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간 산단 내 빈 창고를 개조해 사용했던 서울센터는 중소·영세 기업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5년 만에 확대·리뉴얼 이전을 택했다. 새 센터는 총 7개 공간으로 구성됐으며 CMF(컬러·소재·마감) 라이브러리를 중심으로 스마트 스튜디오, 디지털 디자인 스튜디오, 미팅룸까지 갖췄다. 인근 중소기업에 트렌드에 맞는 밀착형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진흥원은 디자인 역량 부족으로 혁신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돕기 위해 2019년부터 전국에서 7개의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센터는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된 곳이다. 서울센터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중 하나인 CMF 정보 제공에 특화돼 있다. 이번에 리뉴얼·이전 과정에서도 CMF 라이브러리 구축에 중점을 뒀다. 수장고에 정리돼 있던 샘플을 추가로 공개해 전시 샘플 수가 기존 5000여 점에서 5900여 점으로 늘어났다. 연구개발(R&D)을 통해 발굴한 선행 소재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도 서울센터의 CMF 라이브러리를 견학하기 위해 한서대 산업디자인과 학생 24명이 방문했다. 박준범(22)씨는 “인터넷을 통해 CMF 정보를 찾아봤을 때는 색감이나 소재에 대해 정확히 알기 어려웠는데 다양한 샘플을 직접 만져보고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친환경 관련 전시 공간도 확보했다. 이전 위치에서는 CMF 라이브러리 한 편에 친환경 소재에 대한 소개 공간이 작게 구성돼 있었지만 센터를 옮기면서 구체적인 사례까지 소개할 수 있는 곳을 따로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샘플 뿐만 아니라 서울센터를 통해 디자인 컨설팅 지원을 받은 기업의 제품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디지털 디자인 스튜디오도 운영한다. 지난해 발표한 K디자인 혁신 전략을 바탕으로 정부가 올해 인공지능(AI) 디자인의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며 관련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에 CMF 라이브러리를 통해 확보했거나 기업에서 제공한 제품 샘플에 대한 소재 상태, 컬러값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재질 스캐너, 분광 측색계 등의 기기들을 스튜디오 내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 설계에 반영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내년에는 VR·AR 등 가상화를 지원하기 위한 애플 비전 프로, 메타 퀘스트 프로 등 고품질 지원 장비도 도입할 예정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서울센터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CMF 라이브러리 활용도 증대를 위해 디지털 디자인 스튜디오를 새롭게 운영할 것”이라며 “대기업과 달리 디자인 관련 장비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센터에서는 이전 기념식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을 비롯해 유성훈 금천구청장, 김성기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지역본부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윤 원장은 “ 디자인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 고령화, 기후위기 등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에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며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경기 침체와 고금리의 혹독한 어려움에도 힘을 잃지 않고 경쟁력을 높여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통해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