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케도니아 첫 여성 대통령 탄생…'리턴매치'서 승리

EU 가입 난항에 집권당 참패…인접국들과 오랜 반목 재연 우려

북마케도니아 제1야당인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의 고르다나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70) 대통령 후보가 9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 개표 결과 당선을 확정한 뒤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발칸반도의 소국 북마케도니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9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대선 결선투표 개표율 95%를 넘긴 가운데 제1야당인 국내혁명기구-민족연합민주당(VMRO-DPMNE)의 고르다나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70) 후보가 65.04%를 득표해 현 대통령인 스테보 펜다로브스키(29.29%)에 큰 차이로 승리했다.


법학 교수 출신인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 후보는 2019년 대선에서도 펜다로브스키와 맞붙어 결선투표 끝에 약 8%포인트 격차로 패했으나 5년 만의 '리턴 매치'에서 대승을 거둬 설욕했다.


북마케도니아가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여성 대통령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 대통령 당선인은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것보다 더 큰 변화가 있을까요"라며 "여성들과 함께 개혁을 향한 위대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결선투표 투표율은 46.38%로 선거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40% 커트라인을 겨우 넘겼다.


전날 대선 결선투표와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는 제1야당인 VMRO-DPMNE가 43.23%의 득표율로 전체 123석 의석 가운데 58석을 차지했다.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SDSM)은 15.36%에 그치며 18석에 그쳤다.


VMRO-DPMNE는 승리했지만 과반 의석에는 못 미쳐 다른 정당과 연정을 꾸려 과반인 62석을 채워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북마케도니아는 전체 123석 가운데 120석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뽑고 나머지 3석은 해외에 거주하는 북마케도니아인에 의해 선출된다.


우파 야당의 승리로 끝난 대선 결선·총선 결과에 대해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한 좌절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5년 EU 후보국 지위가 부여된 북마케도니아는 그동안 그리스, 불가리아 등 기존 회원국의 반대에 부딪혀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마케도니아는 국가 명칭을 둘러싸고 이웃 나라 그리스와 갈등을 빚어오다 2018년 국호를 마케도니아에서 북마케도니아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인구 200만명의 북마케도니아는 1991년 독립한 이래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알렉산더 대왕의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 중심지였던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서 나왔다며 국호를 인정하지 않아 갈등을 빚었다.


국호 변경으로 그리스와의 갈등은 해결됐지만 이번에는 불가리아가 불가리아 소수민족을 헌법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EU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집권 여당은 불가리아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개헌을 시도했으나 3분의 2 찬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EU 가입 협상은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EU 가입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북마케도니아 국민은 또다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자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에 표를 몰아줬다.


고질적인 부패와 더딘 경제 발전도 집권 여당에 대한 반감을 키운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VMRO-DPMNE는 불가리아의 헌법 개정 요구는 굴욕적이라며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이 정당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리스와 국명 변경 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족주의 성향의 VMRO-DPMNE가 집권하면 북마케도니아와 그리스·불가리아의 해묵은 민족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