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경로당이라는 게 있군요. 놀랍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도입을 앞두고 제도 마련 작업이 한창이던 2005년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의 개호보험 전문가가 국내를 돌아본 뒤 꺼낸 소감이었다. 고령화 비율이 8%에 접어들면서 치매 중풍 노인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던 차에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초빙한 전문가가 오히려 “부럽다”고 한 것이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집에만 있다가 와상 생활을 하게 되는 노인이 많은데 한국에는 경로당 덕분에 노인들이 집 밖에서 운동도 하고 어울려 지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전국의 경로당은 3만 5000여 곳. 지금은 6만 9000여 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전에는 노인정으로 불리며 주로 편히 쉬는 공간이었는데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이후 ‘경로당’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어르신들이 취미와 오락은 물론, 식사도 함께하며 건강한 생활을 즐기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3월 21일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대책’을 주제로 열린 민생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대책이 발표됐는데 이 가운데 음식 섭취와 관련된 건강하실 때의 대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살펴보면 첫째, 경로당 식사 제공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전국 경로당의 85%에 해당하는 5만 8000여 곳에서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음식 제공을 통상 월수금 3일에서 우선 주 5일로 확대한 데 이어 장기적으로는 매일 한 끼 정도를 경로당에서 식사하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둘째, 노인복지관의 식사 제공도 늘린다. 현재 전국의 노인복지관 400여 곳 중 370여 곳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4000원 이내 정도에 식사할 수 있는 경로 식당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는 조리 시설 미설치나 인력 부족 등 탓에 경로 식당을 운영하지 못하는 노인복지관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셋째, 집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워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에서의 식사가 여의치 않으신 어르신을 위해서는 식사를 공동으로 조리해 공급하는 ‘효도 밥상’이나 도시락 배달을 확산해 나가려 한다.
미등록 경로당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경로당에 등록하려면 이용 정원 20명, 화장실, 휴게실, 전기 시설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최근 실태 조사 결과 1676개 시설에서 2만 3000여 명이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컨테이너나 무허가 벽돌 건물에서 지내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시설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준경로당으로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로당은 일본의 전문가조차도 부러워할 만큼 해외에 자랑할 만할 노인 시설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이렇게 어르신들이 집 근처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은 보지 못했다. 앞으로 어르신들이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즐기실 수 있는 경로당이 전국 곳곳에 촘촘히 뿌리내리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