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백화점·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은 명품 등으로, 편의점은 가성비 자체 브랜드(PB)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과 GS리테일(007070), 신세계(004170), 현대백화점(069960) 등 주요 유통업체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총 8조 88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62억 원에서 4207억 원으로 3.6% 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황이 이어지고 있고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국내외 온라인 유통 채널의 약진으로 오프라인 채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백화점은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다시 썼다.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롯데백화점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4조 5000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순매출은 81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증가했다. 명품을 비롯해 식품, 리빙 상품군 등이 판매 호조를 보인 덕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322억 원에서 올해 1분기 903억 원으로 줄었는데 지난해 실시한 명예 퇴직으로 인한 일회성 비용 증가와 마진율이 높은 패션 제품의 판매 감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 전체로는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729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6.1% 증가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의 성장세 덕분이다. 롯데마트 매출은 1조 4825억 원, 슈퍼 매출은 32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 0.9% 성장했다. 특히 통합 운영에 따른 효율화로 마트 영업이익은 432억 원, 슈퍼 영업이익은 120억 원으로 35.3%, 42.2%씩 증가했다.
이날 현대백화점도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백화점 부문 매출은 593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8.3% 늘어난 1031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면세점과 지누스를 포함한 연결 기준 순매출은 9517억 원으로 13.3%가량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689억 원으로 11.6% 줄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신세계백화점도 1분기 사상 최대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GS리테일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5.1% 증가한 2조 8104억 원, 영업이익은 16.6% 늘어난 739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388억원으로 118.4% 늘었다. 편의점과 슈퍼, 홈쇼핑, 호텔 등 4개 주력 사업이 골고루 호실적을 보였다. 편의점 GS25 매출은 1조 96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고 영업이익은 263억 원으로 15.9% 증가했다. 비가 잦은 비우호적인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용량 라면 등 PB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결과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오프라인 환경에서만 누릴 수 있는 쇼핑 경험과 차별화 상품으로 승부수를 띄울 방침이다. CU와 GS25 등은 고물가 시대 수요가 급증한 PB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의 경우 리뉴얼을 마친 점포들이 2분기 이후 호실적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며 “편의점은 외국인 매출 증가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