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 중증치료에 집중…전문의 중심 전환

■의료개혁특위 제2차 회의
중증환자 진료때 수익 늘도록
필수의료 수가·평가체계 바꿔
의료기관 등급별 역할 재정립
전공의, 의원에서도 수련 가능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이른바 서울 ‘빅5’ 등 상급종합병원을 중증·필수진료 기능에 집중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하기 위해 필수의료 건강보험 수가를 인상하고 평가 체계도 전면 재정비하기로 했다. 경증이거나 병원급(2차 의료기관) 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에 온 환자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금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오른다. 상급종합병원 환자 가운데 경증·중등증 이하의 비중이 50% 이상인 쏠림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1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지난 1차 회의에서 정했던 우선 개혁 과제의 방향을 논의했다. 특위는 그동안 기형적으로 유지되던 의료 공급 및 이용 체계를 정상화함으로써 의료기관 등급별 역할을 명확히 분담하고 협력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환자들은 중증도와 상관없이 대형병원부터 찾는 탓에 경증·외래 환자를 두고 상급종합병원과 동네 병·의원이 경쟁하는 현재 구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중증 질환의 진료·연구·교육에 집중하는 바람직한 운영 모델이 확립될 수 있도록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될 수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상급종합병원 등 3차 의료기관은 중증·필수의료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종합병원급 2차 의료기관은 포괄 종합병원, 특화 강소 병원, 회복기 병원으로 세분화된 기능에 따라 육성한다. 동네 병·의원급 1차 의료기관은 초기 진단과 만성질환 관리, 건강관리 중심으로 운영한다.


경증 환자나 2차급 병원 의뢰서가 없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한다. 의뢰서도 종이가 아닌 의사의 명확한 소견을 포함한 전자 의뢰서로 단계적 전환도 검토한다.


상급종합병원이 필수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상 체계 개편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2028년까지 필수의료 분야에 1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노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도가 높은 환자 진료에 집중할 때 수익이 늘어 경영에 도움이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수익이 줄도록 보상 체계를 재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가 개선이 필요한 항목 가운데 우선순위가 높은 항목을 우선 개선하고 의료 비용 분석 조사 기반으로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집중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대형 병원뿐 아니라 지역 종합병원이나 의원, 공공 보건 기관 등 다양한 의료기관을 돌며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네트워크 수련 체계도 만들기로 했다. 의료기관 간 협력 수련 체계를 구축하고 이에 따른 비용은 정부 재정으로 지원한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전체 수련 체계 편제와 인턴 제도 내실화 방안 등과 맞물려 앞으로 논의를 더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와 관련해 환자의 충분한 권리 구제를 위해 의료 분쟁 조정·중재제도 혁신을 모색한다. 분쟁 조정 절차 개시 요건을 확대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위원에 대한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인다. 정부가 올해 2월 마련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서 환자 권익 증진과 의사 보호를 조화시키는 방안도 모색한다. 필수의료 진료과 중심으로 의료사고 보험료 지원을 검토하고 피해자 소통·상담, 의료기관 안전 관리를 지원할 ‘의료기관 안전공제회(가칭)’의 기능과 역할도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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