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펀치 날린 마석도…영화계는 웃지 못했다

'트리플 천만' 앞에 둔 범죄도시4
전주영화제선 스크린 독점 지적
멀티플렉스 3社 '수익성 딜레마'

배우 마동석(왼쪽 세번째)이 김무열, 허명행 감독과 '범죄도시4' 900만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영화 ‘범죄도시4’가 또 한번 ‘천만 영화’ 등극이라는 금자탑을 눈앞에 둔 가운데 스크린 독과점 이슈와 작품성 논란, 극장의 위기 등 영화 시장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이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다.


범죄도시4는 개봉 17일차인 10일 오전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주말 중 무난히 천만 관객을 달성할 것으로 보여 범죄도시 시리즈는 한국 영화 최초로 ‘트리플 천만’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위기 상황이라는 한국 영화계에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성공 뒤에는 스크린 독점 논란과 함께 영화의 획일화, 다양성 부재, 상업성 추구라는 어두운 단면들을 뚜렷이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폐막한 한국 독립·예술·다큐멘터리 영화의 산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쟁이 제기됐다. 2일 전주시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한국 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스크린 독점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영화 개봉일인 지난달 24일 범죄도시4의 상영점유율(영화의 전체 상영 횟수 중 해당 영화의 상영이 차지하는 비율)은 81.9%였다. 8일에는 57.4%를 기록했지만 그래도 과반이 넘는 수치다. 범죄도시4 개봉 이후 영화관에 걸린 한국 상업영화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 대표는 “이것의 배급사와 제작사의 잘못인가, 극장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한 결과가 아닌가”라며 “왜 영화계를 망가뜨리고 있나”라고 말했다.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도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논의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영화계 합의 단위에서 극장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품성과 스크린 독점 논란에도 '범죄도시' 시리즈가 '트리플 천만'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팬데믹 기간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영화관도 할 말은 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1분기 1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지만 이는 베트남 등 해외 사업의 호조와 인건비 절감 등 운영 효율화 때문이다. 오히려 국내 사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해 963억 원을 기록했다.


메가박스는 1분기 695억 원의 매출과 1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실을 크게 줄이긴 했지만 이 역시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평균티켓가격(ATP)과 평균매점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면 경영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 영화관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실제 멀티플렉스 3사는 임차료 상승 등으로 재무적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화관 입장에서는 관객들이 많이 보는 영화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급·제작사들의 입장도 상이하다. 소규모 제작·배급사들의 경우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 독과점 문제와 작품 다양성 문제를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심 배급·제작사들은 스크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할 수밖에 없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실패 리스크가 커지면서 메이저 작품끼리 붙이지 않으려는 것이 추세”라며 “범죄도시4의 경쟁작이 없는 것도 다른 배급사들이 그 기간을 피해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일 서울의 한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