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중소기업 R&D 예산 정비한다

성과 낼 수 있는 곳에 재원 집중
'내실 있는 평가체계' 구축 필요 지적도

광주 하남산단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나눠 먹기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던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예산을 정비한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R&D 예산의 효율성을 평가해 성과가 낮은 사업들은 통폐합하고 좋은 결과를 낸 곳에 재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개별 사업의 규모가 작고 과제 수가 많은 중소기업 R&D 예산 사업의 혁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1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중소기업 R&D 사업 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산 삭감보다는 여러 소규모 사업을 통합해 R&D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R&D 사업은 결국 잘하는 곳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복지의 경우 보편성이 중요하다면 기술 영역인 R&D는 수월성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에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수많은 사업에 예산이 흩어져 있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2021년 기준 R&D 사업 과제는 7만 5000개에 달했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중소기업 R&D 사업에서 중복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산업부는 산업 부문, 중기부는 중소기업 분야 연구를 담당한다는 취지로 각각 R&D 사업을 맡아왔다.


하지만 산업부 R&D 지원의 경우에도 중소·중견기업이 주로 혜택을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2023년도 중소기업 지원 사업 성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소관 R&D 사업 중 19건이 중소기업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굳이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며 “결국 산업부의 R&D는 대부분 중견·중소기업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R&D 예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성과 평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R&D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수’로 평가한 사업 중 73%의 예산이 삭감됐다. 일반적으로 우수 평가를 받으면 예산이 삭감되지 않는다.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후하게 성과를 평가한 탓에 부실한 사업이 예산을 받아왔다는 뜻이다. 실제로 R&D 사업 중 2023년에 미흡(2.9%)·부적절(4.5%) 평가를 받은 사업의 비율은 7.4%에 그쳤다. 통상 미흡·부적절 평가를 받는 비율이 15% 내외인 일반 재정사업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R&D의 양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질을 높일 때”라며 “성과를 내고 잘하는 곳에 투입해 반도체나 2차전지 같은 먹거리 산업에 진출하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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