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치료? ‘양성자 vs 중입자’ 암재발 예방효과 살펴보니 [헬시타임]

삼성서울병원, 국내외 의료기관과 공동연구
양성자와 중입자, 국내 최초 메타 분석 비교
“환자별 최적 치료법 찾는 진료 모델 필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양성자 치료에 앞서 암환자에게 치료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최첨단 방사선치료기법 중 암 재발 예방 효과는 양성자가 중입자보다 31%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박희철·이태훈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충북대병원, 제주대병원, 건국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 및 싱가포르·일본 국립암센터, 대만장경병원 양성자치료센터 연구진과 함께 두 기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메타분석으로 비교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메타분석은 특정 주제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일정한 체계에 따라 종합해 고찰하는 연구방식이다. 연구진은 양성자치료와 중입자치료를 주제로 2023년 6월까지 발표된 논문 3983건 중 메타분석에 필요한 환자 정의와 치료 방법, 방법에 따른 차이, 치료 결과까지 모두 다룬 연구 18건을 추렸다. 분석에 포함된 논문에서 양성자와 중입자치료를 받은 환자는 각각 947명과 910명이었다.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4명이 논문을 살펴본 결과 양성자치료는 중입자치료보다 종양을 국소적으로 제어하는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소 제어는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박희철(왼쪽부터)·이태훈 삼성서울병원 교수, 유규상 충북대병원 교수, 김강표 제주대병원 교수, 장정윤 건국대병원 교수. 사진 제공=각 병원

연구진에 따르면 양성자로 치료 받은 부위에서 암이 다시 발생할 위험은 중입자보다 31% 낮았고 암종별로 하위 분석을 진행했을 때도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다만 종양 크기가 커지는 등 암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은 채 생존한 비율인 무진행 생존율(PFS)과 전체 생존율(OS), 부작용 등 치료의 성패를 가늠하는 나머지 지표의 경우 두 치료법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두 치료법 모두 중입자 또는 양성자를 활용하는 입자선 치료라는 공통점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봤다. 입자선은 일정 속도로 끌어올린 양성자나 중입자가 몸 속 암세포를 타격하는 순간 에너지를 방출하고 사라진다. 이를 가리켜 ‘브래그피크(bragg peak)’라고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입자선을 활용하면 암세포 이외 다른 정상 조직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상 조직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고 재발 우려가 낮다는 이유로 중입자 또는 양성자치료를 일컬어 ‘꿈의 암 치료’라고도 부른다.


양성자는 수소 입자를, 중입자는 그보다 무거운 탄소 입자를 이용한다는 게 두 방식의 차이점이다. 중입자치료는 더 강한 에너지를 실을 수 있는 대신, 암 타격 이후 잔존선량을 조절하기 쉽지 않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외 도입기관이 많은 양성자치료는 2019년 기준 전 세계 25만 명 이상이 받았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안전성과 안정성에 관한 검증이 이뤄진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양성자와 중입자의 치료 효과를 메타 분석으로 비교한 연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중입자 치료가 도입 단계여서 메타분석에 필요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논문의 공동 교신 저자인 유규상 충북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중입자는 도입 국가가 많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치료 모델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며 "양성자와 정확한 비교가 이뤄지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관한 박 교수는 “두 치료법 모두 환자를 위해 각각 쓰임이 있다”며 “치료법 자체보다 환자 상태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적정 진료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2곳에서만 양성자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중입자가속기를 가동 중인 곳은 지난해 3월 중입자치료센터를 개소한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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