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있지만 사지는 않는다. 12일 폐막을 앞둔 ‘아트부산 2024’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다.
아트부산이 부산 벡스코(BEXCO)에서 나흘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아트부산에는 지난해(22개국·146개 갤러리)에 비해 다소 규모가 줄어든 20개국·129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많은 갤러리들이 같은 기간 대만에서 열리는 ‘당다이(Danai) 아트페어’에 참여하기 위해 아트부산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 부스 비용이 2~3배 가까이 비싸진 것도 국내 작은 갤러리들의 참여를 꺼리게 한 요인이다. 당다이 아트페어에 참여한 한 국내 갤러리는 “국내 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느껴져 아트부산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신규 컬렉터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오히려 반겼다. 지난해 보다 갤러리가 20여 곳 줄어들면서 페어장은 쾌적하고 넓어졌다. 수년 째 아트부산을 찾고 있는 한 40대 관람객은 “넓고 부스가 크다, 또 앉아있을 공간이 많아서 오랜 시간 머물기에도 좋은 듯하다”고 말했다. ‘대작’이 빠진 자리를 채운 특별전도 관람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의 특별전 ‘커넥트(CONNECT)’는 기존 아트페어의 한계를 벗어나 현대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제시하기 위해 주연화 홍익대학교 교수를 처음으로 디렉터로 선임해 총 9개의 전시를 선보였다. 특별전 중 아시아 1세대 여성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허스토리(HERSTORY)’나 중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포커스 아시아’가 열린 특별전 전시관에는 전시 기간 내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주진스(Zhu Jinshi)의 가로 4.8m, 세로 1.8m의 대형 연작은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깊이 있는 기획전과 함께 서인 갤러리, 갤러리 밈, 디오, 갤러리 인 등 23개의 국내 신규 갤러리 뿐 아니라 베를린의 소시에테, 마드리드의 위콜렉트, 뉴욕의 아트 트라이베카 등이 새롭게 아트부산에서 부스를 차리면서 컬렉터들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아트부산에 올해로 3회째 참여하며 국내에 진출한 독일 갤러리 에프레미디스는 이미 다수의 전시를 열며 국내에서 미술품 컬렉터들과 교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에 소개할 국내 작가를 찾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참여 갤러리들의 성적은 사실상 저조했다. 출품한 작품 중 눈에 띄는 대작이 거의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미 상반기에 홍콩에서 ‘아트 바젤’이 열렸고, 하반기에 열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큰 작품은 꺼내 놓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조지콘도, 게르하르트 리히터, 쿠사마 야요이 등 ‘아트페어의 스타’라 할 수 있는 대형 작가들의 작품을 종종 볼 수 있었으나 그들의 대표작은 아니었다. 그간 정석호 아트부산 이사는 아트부산 등의 아트페어를 ‘갤러리와 컬렉터 간 미술품 거래 플랫폼’이라고 설명해 왔는데, 많은 국내 갤러리와 한국에 진출한지 2~3년 정도 된 갤러리들이 아트부산이라는 플랫폼을 다른 플랫폼에 비해 후순위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한 국내 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너무 많은 아트페어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열렸고, 부산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좋은 작품을 많이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