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올해 1월로 불혹(不惑)의 40세가 됐다. 그가 2011년 아버지 김정일이 죽은 뒤 권력을 세습받은 지도 13년이 지났다. 이제 세상살이의 이치를 깨달아 헛된 꿈에 미혹되지 않고 정치를 제대로 할 만한 나이가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가 하는 짓은 오로지 핵무장 하나다.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경제제재로 인한 민생 피폐와 주민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한 인권 탄압뿐이다. 가수 나훈아가 김정은이 최고 존엄으로 군림하고 있는 북한 체제에 대해 “저거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그의 가수 인생 58년 고별 콘서트 ‘고마웠습니다’에서 한 말이다. “북쪽의 김정은이라는 돼지는 사람들이 죽거나 말거나 살이 쪄가지고, 저거는 나라가 아니다. 혼자서 다 결정하고, 조약을 맺어도 혼자서 싫다고 하면 끝이다”고 했다.
김정은의 독재에 대한 근래 들어보지 못한 신랄한 독설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연예인이 한 말이라 어느 우파 정치인이 한 소리보다 일반인들에게 전파력이 컸을 것이고, 그중에는 후련해 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다.
이에 대해 가수가 노래나 할 것이지 정치적인 발언이냐는 악성 댓글도 나왔다. 그것은 나훈아가 가수인 것에 대한 무개념의 소치일 뿐이다. 가수의 생명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억압된 체제에서 나올 수 있는 노래는 혁명가와 찬양가뿐이다.
‘눈물 젖은 두만강’ ‘한 많은 대동강’을 비롯해 북한 땅을 그리는 수많은 노래를 ‘퇴폐적이다’ ‘사상적으로 불온하다’ 하여 못 부르게 하는 나라가 가수인 그에게 나라 같게 보였을 것인가? 그런 세월이 해방 후 지금까지 80년이 가까워 온다. 그 긴 세월 김일성 3대의 우상화 노래와 노동력 착취를 목적으로 한 혁명가만 부르게 한 북한이 나라처럼 보였겠는가?
그것으로 모자라 북한은 지금 김정은을 2500만 북한 주민의 ‘태양’과 ‘어버이’로 만들려는 우상화 작업이 한창이다. 그동안 북한에서 ‘태양’은 김정은의 조부 김일성 주석뿐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독재 체제에서 태양과 어버이는 둘이 될 수 없다. 김정은은 생전의 김정일조차 엄두도 내지 못했던 ‘유일 태양’ ‘유일 어버이’가 되고자 한다. 김정은은 4월 15일의 ‘태양절’을 ‘4·15’로 격하하더니 기념식도 하지 않았고 금수산 궁전으로 참배도 하지 않았다.
대신 4월 17일 조선중앙TV는 ‘친근한 어버이’라는 김정은 우상화 뮤직비디오를 방영했다. ‘태양 김정은 장군’이라는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2500만 주민 가운데 절반 정도는 나이로 쳐도 자신보다 많을 것인데 그런 어르신들의 어버이가 되겠다는 것에 일말의 쑥스러움이 없다.
역대 한국 정부는 김정은의 이런 오만과 불법 무도한 행태를 부추긴 책임이 있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역대 정권이 대화를 구걸하는 과정에서 이런 김정은의 인권 탄압과 식은 죽 먹듯 하는 약속 파기를 추궁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대화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추궁할 것은 추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서는 북한의 나쁜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나훈아의 담대한 발언은 김정은보다 대북 대화를 추진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더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