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장기화에 애타는 제약株…“수출 실적 주목”

상급 병원 영업 업체 특히 피해 커
수술 줄고 퇴원 늘며 항암제 등 급감
금리 인하 가능성 낮아진 점도 악재
“파업 영향 안 받는 해외 실적 봐야”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된 가운데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에서 교수가 이동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올 초 시작된 의료대란이 길어지며 국내 제약사 주가가 바닥을 찍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제약사들의 실적 전망치를 내려 잡으며 당분간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에 집중한 기업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체 보령(003850)(옛 보령제약)의 주가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약 40일 간 14.99% 하락했다. 유한양행(000100)과 대웅제약(069620) 역시 같은 기간 각각 6.65%, 8.74% 내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약사 중에서도 특히 대학병원, 종합병원 등 상급 병원을 위주로 영업을 하는 곳들의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본다. 중증 및 응급 환자를 제외한 환자들의 수술이 미뤄지고 퇴원이 늘면서 항암제·주사제·수액 등 처방이 급감한 탓이다.


증권사들은 해당 제약사들의 실적을 일찌감치 낮춰 잡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집계한 보령의 2분기 매출 전망치는 평균 2618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0억 원가량 줄었다. 보령은 국내 1위 항암제 판매 기업이다.


수액제 부문에서 국내 1·2위를 다투고 있는 JW중외제약(001060)과 HK이노엔(195940) 역시 같은 기간 매출 평균 전망치가 각각 10억 원과 45억 원 감소했다. 유한양행은 한 달 새 매출 평균 전망치가 70억 원가량 감소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부터 의사 파업 여파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대비 옅어진 금리 인하 가능성도 문제다. 제약·바이오주는 금리가 높을수록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고금리 상황에서는 투자할 유인이 낮아진다. 올 3월만 하더라도 금리 인하 기대감에 주가가 들썩였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진 상황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약 가치는 금리가 높을수록 하락하는데, 미래 가치를 깎아 책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실적보다는 수출 실적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수출은 의료 파업과 같은 국내 변수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수익률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제약사들의 주가가 올 3분기 후반부터 다시 살아날 것”이라면서도 “탄탄한 해외 실적이 동반된 안정적인 제약·바이오주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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