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발(發) 물류대란이 장기화됨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홍해는 수에즈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들이 지나는 길목이다. 전 세계 상품 무역량의 12%,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담당한다. 홍해가 막히자 대부분 선박은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지나 9000km를 우회하는 실정이다. 해상운임이 치솟고 운송기간도 열흘 넘게 늘면서 공급망에 차질을 빚고 있다.
무역협회는 공급망 차질과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의 완화를 위해 국적선사와 공동으로 선복(Ship Space)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약 2만5000여TEU의 선복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단기적인 지원책일 뿐 반복되는 중동발 물류대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과 기업의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수출기업은 기존 홍해 항로뿐만 아니라 대체 운송경로를 활용해야 한다. 부산에서 두바이까지 선박으로 운송한 다음 항공으로 유럽 주요 도시로 운송하는 방안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등 대륙철도를 활용한 물류 노선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륙철도 운송을 이용하면 유럽까지 해상운송 대비 약 10일의 기간이 단축되는 장점도 있다.
국적선사 선복량 공급 확대도 필수적이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전 5.1%에 달했던 국적선사의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은 현재 3.9%로 낮아졌고 컨테이너 선복량은 114만TEU에 불과하다. 대만의 200만TEU와 비교해 봐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선복량 공급을 위한 선박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국적선사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세제지원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해운 선진국들은 보유 선박규모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톤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4월 부산신항 7부두 개장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톤세 제도를 연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해운 산업의 미래를 위한 매우 적절한 조치다.
기업들은 수출물류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으로 물류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전통적 수출 물류 프로세스는 단계마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복잡한 구조여서 불가피하게 높은 물류비를 부담한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효율적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류비 부담을 줄이고 물류대란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몸에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 병에 걸리는 것처럼 물류의 흐름이 막히면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반복되는 중동 물류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수출기업, 물류기업 등이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