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역지사지 필요" 왕이 "한중 어려움, 中이 원하는 것 아냐"

베이징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
북핵·북러밀착·한중일 정상회의 등 논의
방한 초청도…왕이는"편리한 시기 방한"
기업인 만나 "한중 경쟁관계, 심각한 도전"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3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지난 몇 년간 악화된 양국민의 상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왕 부장도 “최근 중한 관계에 어려움이 늘어났다”며 “이는 중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화답했다. 양국 외교장관은 9차 한중일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13일 베이징에서 왕 부장을 만나 모두발언을 통해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게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의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또 "고위급을 포함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왕 부장의 방한을 초청했다.


왕 부장도 “한중 간 최근의 어려움은 양측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한중은 양국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견지해 관계를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왕 부장은 "조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고위급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라며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라고 화답했다.


이날 양측은 만찬까지 함께하며 서울에서 26~27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정상회의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북핵, 북러 밀착 등의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장관은 출국에 앞서 “북핵 관련 어떤 협력이 가능하고 중국이 어떻게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며 “북러 협력도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조 장관은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등 중국이 민감해 하는 사안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기자들에게 “(탈북민 북송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중국의 의견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한미일 협력 강화와 한국의 오커스(미국·영국·호주의 3각 안보 동맹) 참여 등 중국이 탐탁지 않게 보는 사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원칙에 관한 문제에서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하되 잠재력이 큰 분야에서는 초점을 맞춰 양국 관계 발전의 기반을 더 튼튼히 다지겠다”고 했다.


이번 방중은 경색 국면에 놓인 한중 관계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외교부 장관의 베이징 정식 방문은 2017년 11월 강경화 전 장관 이후 6년 6개월 만이다.


한편 조 장관은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인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애로 사항도 들었다. 조 장관은 “중국 경제가 기술집약형 산업 구조로 바뀌고 있고 한중 경제 관계도 과거 상호 보완적 파트너에서 이제는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외교부가 한 팀이 돼 적극적인 경제 외교를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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