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라인 사태, ‘반일몰이’ 아닌 국익 관점 냉철한 협상으로 풀 문제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에 ‘엄중 대응’ 입장을 밝힌 가운데 야권이 노골적으로 반일(反日)을 선동하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13일 독도를 방문해 “1910년 일이 2024년에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며 라인야후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가게 된 상황을 일제가 국권을 침탈한 경술국치에 비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 영토 침탈, 이토 히로부미 손자는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라인 침탈’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라인야후에 ‘네이버 축출’ 압박을 가한 일본 총무상이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임을 부각해 반일 정서를 부채질한 것이다. 일본의 산업 정책에 맞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총력전을 펴도 모자랄 판에 야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죽창가’를 부르며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일본의 무리한 압박을 뒷짐 지고 지켜보기만 한 우리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가 3월부터 두 차례에 걸친 반(反)시장적 개입으로 네이버를 몰아내려는 속내를 드러냈지만 우리 정부는 “네이버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영권 강탈’ 논란이 거세지자 이달 10일에야 뒤늦게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부당한 조치, 차별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국 이익 우선주의’로 똘똘 뭉쳐 경쟁하는 글로벌 경제 전쟁이 한창인데 우리 정부는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당한 문제 제기와 냉철한 협상으로 우리 기업이 부당하게 경영권을 빼앗기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국민과 기업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이 말로 그치지 않으려면 한일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교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반일 정서를 부추기는 여론몰이로 라인 사태를 정쟁화하려는 야권의 시도는 우리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외교적 해법마저 꼬이게 만들 수 있다. 국익 관점에서 민관정의 긴밀한 협력과 국론 결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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