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선생님을 모시는 자리인 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선생님과 어른들이 많이 계시고 40대, 50대 후배들이나 더 어린 후배들은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연극계가 겪는 어려움으로 경제적 문제나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보다 역사적 흐름이 어느정도 끊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배우 출신이기도 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로비에서 진행된 연극배우 고(故) 김동원(1916~2006) 흉상 제막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연극 및 연예계 100여명이 행사에 참석했지만 대부분 고령층인 것이 한 눈에도 보였다.
그는 “선생은 연극계의 어른이지만 돌아가신 후 많이 잊혀졌다. 국립극장에 흉상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다시 모셔서 연극계의 흐름을 잘 잡아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공사 중인 건물에 극장 5개가 만들어지고 또 남산 (국립극장) 건너편 자유센터도 리모델링을 시작해 3~4년 후에는 공연예술창작센터로 기존 국립극장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새로운 극장 중 하나에 ‘김동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고 김동원은 한국 연극계 1세대를 대표하는 명배우다. 1916년 개성에서 태어나 1947년 극단 극예술협회 창립 동인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연극에 출연했다. 1951년 국립극단의 전신인 극단 신협 시절 대구 키네마 극장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햄릿 역을 맡아 열연해 ‘영원한 햄릿’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국립극단 단장,한국연극협회 고문 등을 역임했으며 2006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수훈됐다.
그의 흉상 제작은 유인촌 장관이 먼저 제안을 했다고 한다. 김동원의 장남 김덕환 씨는 가족을 대표해 “1994년 3월 선친의 마지막 연극 ‘이성계의 부동산’을 공연했던 국립극장 로비에 흉상을 모시게 돼 영광스럽다. 선친께서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국립극장 로비에는 극작·연출가 유치진(1905~1974), 배우·연출가 이해랑(1916~1989), 연출가 이진순(1916~1984)과 함께 배우 김동원까지 4명의 연극인 흉상이 나란히 자리를 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