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6개월가량 앞둔 가운데 주요 경합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며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추문 입막음’ 재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이 묶인 상황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경제·외교 이슈에서 핵심 지지층을 놓치고 있는 양상이다.
1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가 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시에나대와 공동으로 4월 28일~5월 9일 경합주 6곳의 등록 유권자 40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주를 제외한 5개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네바다·조지아·애리조나·미시간 등 4개 주에서 오차범위를 넘는 우세를 보였으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제쳤다. 모두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를 거둔 지역들이다.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할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를 추가한 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을 제외한 5개 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4~14%포인트 차이로 앞질렀다. 이번 조사는 NYT 등이 지난해 11월 초 발표한 여론조사와 큰 차이가 없다. 당시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일한 5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섰다.
지난해 11월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자 정책을 전환하고 수천만 달러의 광고를 집행하는 등 변화를 주고 있지만 표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이번 여론조사에 대해 “고물가에 팍팍한 살림살이, 이민 문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핵심 이슈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의 실망이 감지된다”며 “유권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 응답한 유권자들 가운데 미 대선에 가장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경제(21%)와 인플레이션·생활비(7%)를 꼽았다. 경제 분야를 잘 다룰 대통령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목한 비중은 58%로, 바이든 대통령(36%)을 크게 앞섰다.
유권자들은 경제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누가 더 잘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강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낙태 분야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앞섰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청년층·유색인종의 이탈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29세 청년층,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동률의 지지를 얻었다. 흑인 유권자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는 12%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20% 이상의 지지를 보냈다. 이는 흑인 유권자의 공화당 후보에 대한 역대 지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선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경합주에서 열세가 지속되자 민주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민주당 전략가 짐 맨리는 “바이든 캠프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펼쳤지만 지지율을 붙잡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