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함수 전방에 적 항공기 출현하자 해저 100m 밑 긴급 잠항…"3분도 안걸려"

■제909교육훈련전대 교육훈련 현장 가다
실제 같은 잠수함 전투지휘실 ‘실감 100%’
‘기본과정+보수교육’ 등 정예 승조원 양성
지난 10년 간 10개국 93명의 외국군 수료

잠수함사령부 육상 전술훈련장에서 유관순함 승조원들이 적 잠수함 공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해군

국내에서 유일하게 ‘잠수함 승조원 교육 훈련’을 담당하는 해군 잠수함사령부 제909교육훈련전대. 이곳은 잠수함 승조원들의 ‘고향’이다.


이달 8일 경남 진해에 위치한 해군 잠수함사령부 내에 있는 제909교육훈련전대 ‘도산안창호급 종합훈련장’을 찾았다. 베테랑 잠수함 승조원이라도 작전을 나가지 않으면 이곳에서 잠수함 작전 및 교전 절차, 수상 항해, 수중 항해 숙달을 위한 훈련을 수시로 받는다. 예비 잠수함 승조원에서 돌고래 휘장을 가슴에 달고 정식 잠수함 승조원으로 근무하기까지의 훈련 과정을 지켜봤다.


도산안창호급 종합훈련장은 실제 잠수함과 동일하게 전투정보실과 훈련 모사를 위한 장비실, 훈련 후 강평을 위한 통제·강평실, 영상장비실로 구성됐다. 먼저 대형 컨테이너처럼 생긴 전술훈련장을 찾았다. 앞서 기자가 탐방한 도산안창호급 신채호함의 전투지휘실이 그대로 옮겨져 있는 듯했다.


눈앞에 들어온 여러 대의 콘솔 앞에 앉아 헤드폰을 썼는데 갑자기 “함수 전방에 적 항공기 출현, 비상! 긴급 잠항!” 명령이 비상경보와 함께 발령됐다. 부산 해군기지에서 10㎞가량 수중으로 이동하던 중 잠망경에 가상의 적 항공기가 포착된 것이다.


붉은빛이 감도는 내부에는 긴박감이 흐르고 승조원들은 전광석화처럼 정해진 위치로 이동하며 긴급한 외침을 반복했다. 지휘관의 명령과 함께 길이 83m의 잠수함 선체가 육중한 소리를 내더니 앞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잠항 시 통상 22도 기울기로 들어가지만 긴급 상황이어서 25도로 가팔랐다. 안전 바를 잡지 않으면 앞구르기를 할 정도로 몸이 확 쏠려 두려움이 급습했다.


조타기로 잠수함을 운전하는 조타 부사관이 깊은 바다로 잠수함을 몰며 “100m, 120m, 150m, 180m, 200m 목표 심도 잡기 끝”이라고 외쳤다. 3분도 안 돼 잠수함은 해저 100m에서 200m 밑으로 내려갔다. 그 순간 또 한 번 긴급 보고가 무전기를 타고 흘렀다.


“적 함정 출현! 어뢰 발사 준비!” 수중의 도산안창호함에서 수중 음파탐지 체계인 ‘소나’를 운영하는 음탐 부사관들이 음향 센서를 이용해 15㎞ 전방의 적 수상함 위치를 식별하면 11㎞ 앞까지 은밀하게 다가가 어뢰 발사를 위한 준비를 마친다.



제909교육훈련전대 내에 있는 잠수한 훈련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최고의 잠수함은 훈련을 가장 많이 하는 잠수함이다’라는 상징물. 사진 제공=해군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장관이 범상어 중어뢰 발사 버튼을 눌렀다. 잠수함 음향 센서에 의해 적 수상함을 명중시킨 어뢰 폭음이 감지되자 잠망경을 올려 적 수상함이 격침된 것을 최종 확인하고 임무를 완수한다.


잠수함사령부 제909교육훈련전대 추후식 제2훈련 대대장(중령)은 “잠수함 승조원에게는 ‘100번 잠항하면 100번 부상한다’로 대표되는 격언이 일러주듯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최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컨테이너인 조종훈련장에 들어서자 조종석과 통신 시설, 엔진 등 각종 잠수항 장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훈련장은 종경사 45도, 횡경사 30도까지 구현할 수 있다. 디젤엔진, 해수 펌프, 공기압축기 등에서 발생하는 내부 소음도 실제와 동일하다.


실제 잠수함과 똑같은 교육훈련장의 환경과 촘촘한 교육과정을 통해 정예 잠수함 승조원이 양성된다. 외국군도 한국 해군의 잠수함 관련 교육 수준을 높이 평가해 2013년 개설된 ‘국제잠수함과정’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10개국 93명의 외국군이 참여해 교육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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