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15일 일제강점기에 반출된 14세기 고려 선사(禪師)의 사리가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지난달 한국에 반환된 데 대해 “영부인이 큰 역할을 해주셨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진우스님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에게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사리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 자리로 돌아감)는 영부인께서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자리에서 반환 논의의 재개를 적극 요청하는 등 큰 역할을 해 주셔서 모셔올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여사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김 여사는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와 사리’의 반환 논의를 재개해달라고 미술관장에게 요청했다. 김 여사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에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했고, 보스턴미술관장은 유관 기관과 함께 필요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은제도금형 라마탑 모양의 사리구는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와 지공·나옹스님의 사리 등이 들어있다. 이 사리구는 일제강점기 때 도굴돼 일본으로 유출된 것을 보스턴미술관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남북불교계는 사리와 사리구 반환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보스턴미술관과 반환 협상에 나섰지만, 사리만 반환하겠다는 미술관과 사리구와 사리가 함께 반환돼야 한다는 문화재청 입장이 엇갈리며 2013년 이후 반환 논의가 중단된 상태였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함께 이뤄진 반환 요청을 계기로 보스턴미술관은 지난해 11월 약 10년 만에 문화재청과 반환 논의를 재개했다. 석 달간 논의 끝에 양측은 지난 2월 사리구는 대여 형식으로, 사리는 보스턴미술관이 조계종에 기증하는 형태로 환지본처에 합의했다. 이후 조계종은 지난달 불교식 의례를 거쳐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사리를 기증받았고, 사리구는 대여 기간과 방식 등을 협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