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16일)을 앞두고 중러 관계에 대해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중국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양국의 경제적 관계가 외부 도전과 위험에 면역력을 갖추고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제재에 맞선 중러 연대를 과시했다. 5선 임기를 개시하자마자 방중 길에 오르는 것 자체가 미국 등 서방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수락한 푸틴 대통령이 반(反)서방 연대의 한 축인 북한을 연내 방문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는 중러의 공조를 비롯한 북중러 결속 강화는 동북아 안보와 평화를 위협하는 변수다. 중국의 방조와 암묵적 지원을 배경으로 자행되는 북러 무기 및 첨단기술 거래 등 군사 협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대남 도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중러의 지원을 등에 업은 김 위원장은 “전쟁 준비의 획기적 변혁”을 강조하는 등 위협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탈취한 약 2000억 원어치의 가상자산을 올 3월 세탁해 추적이 어려워졌다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문서는 거액의 불법 자금이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투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중러 결속을 견제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막으려면 북핵 문제의 ‘키맨’인 중국의 협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미일에 맞서 밀착하는 북중러의 균열을 유도해야 북핵 폐기 원칙을 지키면서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체제를 만들 수 있다. 이달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그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4년 5개월 만에 3국 정상회의가 재개되는 의미는 크다. 우선 자유무역 등 3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분야에서 합의를 도출하고 대화를 계속하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과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완전 해제 등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한중일 관계 정상화를 통해 북중러 밀착의 고리를 끊고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이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