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인상, 中 산업재편 가속화할 것"

대선 앞둔 바이든 행정부 정치적 동기에 기반
유럽 동참하면 신에너지 산업 입수·합병 확대
中 보조금 확대하면 유럽 관세 인상 이어질 것

중국 베이징의 한 미국 회사 건물에 나란히 걸린 중국과 미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중국산 전기차(EV)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한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질 경우 중국 산업의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응할 중국의 대(對)미 전략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중화권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최근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에 따른 영향과 대응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율 인상을 정치적 동기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서방의 집단행동이라는 파급 효과를 불러와 중국이 큰 위협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첸펑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CICIR)의 선임연구원은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곧 마무리할 예정이고, 최근 미국 고위 관료들의 중국 방문이 과잉생산에 초점에 맞춰져 있었다"며 "중국의 신에너지 수출을 차단하는데 기본적으로 동기화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은 전기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태양전지, 반도체, 배터리, 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도 각 25~50%로 인상했다. 첸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에 대한 수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세 인상으로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피해가 아니라 심리적 영향, 즉 다른 국가들이 이를 따르는 경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런민대학교 왕이웨이 국제관계학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것 외에도 시진핑 주석의 최근 유럽 순방을 두고 중국을 포용하지 말고 우리를 따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관세 인상이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의 전방위적 이점을 상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에 대해 "무역 보호주의를 추구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의 영향으로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첸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과잉생산을 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라면서 "서방의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신에너지 산업에서는 더 많은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업들은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며 아프리카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장청웨이 국제무역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완성차에 대한 관세를 시작으로 추후 중국산 업스트림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미국에 엄청난 양의 신에너지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 세계 총 수출량으로 보면 엄청난 양"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이 부문에서 비용적 우위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중국을 조기에 봉쇄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앞으로 미국 신에너지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고 예상했다.


한편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270개 미국 기업들로 구성된 미국-중국 비즈니스협의회는 모든 미국 기업들이 새로운 관세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기업들은 추가 비용이 미국과 해외에서 경쟁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레이그 앨런 비즈니스협의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전의 관세가 중국의 불공정한 시장 관행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불분명하다"며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것이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이 외국 경쟁사에 비해 더욱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반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소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도널드 로우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공공정책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수 있지만 하이테크 제품이라면 중국의 기술력 업그레이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농업 등 저기술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중국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의 유사한 제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늘릴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보조금을 받고 있을 경우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