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빨라진 가운데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대(對)중국 교역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 시간) 대만의 대미 수출 호조는 미중 갈등으로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고 중국이 소외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만 재무부에 따르면 1~4월 대만의 대미 수출 규모는 347억 달러(약 46조 727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4% 늘었다. 같은 기간 대중 수출 규모는 3.7% 감소했다. 지난달 말 기준 대만의 중국 본토(홍콩 제외)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3%로 미국(23.5%)에 추월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는 대만이 교역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우회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만의 대중 신규 투자액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0년의 146억 달러에서 지난해 30억 달러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반면 TSMC를 비롯한 대만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일본과 유럽 등 다른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강경책에 한국과 일본 기업들 역시 이전보다 대미 수출 비중을 늘리는 한편 대중 투자는 꺼리는 모습이다. 한국과 일본의 지난달 말 기준 중국 본토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7%포인트, 5%포인트가량 줄었다. 일본의 대중 신규 투자는 2021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대차는 판매 부진에 중국 공장을 팔고 있으며 미쓰비시자동차 역시 손을 떼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거센 공세에 중국은 동남아시아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중국의 올 1분기 동남아 국가에 대한 투자 규모는 2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미국과 한국·일본에 대한 투자 금액을 합친 것보다 2배 많다. 쩐응우옌 나틱시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고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동남아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세계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면서도 “무역·투자 전쟁 흐름 자체는 계속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