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창원 "관리 가능한 선까지 자회사 정리"…SK그룹 재편 '특명'

20여 회원사 716개 자회사 대상
핵심사업 집중·경쟁력 강화 초점
SK측 "무조건적 감축 아닌 최적화"
계열사서 내달 구조조정 방안 보고


그룹 경쟁력 강화의 선봉장으로 나선 최창원(사진) SK(034730)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SK그룹의 자회사를 정리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지난해 말 취임한 최 의장이 전사 차원에서 비용 절감에 나서라는 지시와는 별개로 자회사를 줄이고 핵심 사업에 집중해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SK그룹의 각 계열사는 다음 달로 예정된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자회사 감축 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16일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의장은 이달 초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약 20여 개 멤버사에 자회사를 줄일 방안에 대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종속회사는 비상장사를 포함해 총 716개(특수목적법인 등 포함, 2023년 기준)에 달한다. 중간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는 자회사 감축을 위해 적극적인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내 사업 영역이 겹치는 기업 간 우선 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최 의장은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해 “관리 가능한 범위까지 자회사를 줄여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자회사 감축 특명은 최 의장의 경영 철학이 적극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존에 거론됐던 매각 대상 외에도 SK 브랜드가 붙지 않은 자회사의 구조조정을 포함한 최적화 작업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716개는 국내외 소규모 합작 법인들까지 포함한 것으로, 무조건적인 '감축'이 아니라 합병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 '최적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는 의견 조율을 할 뿐이고 구체적인 의사결정은 각 사 이사회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장은 1994년 SK그룹에 입사한 후 회사 전략을 세우고 사업 구조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업무를 담당해왔다. 인력 재배치와 비용절감, 사업 옥석 가리기 등이 전문 분야다. SK는 지난해 말 최 의장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최 의장은 지난달 협의회에서 “선명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치열하게 실행해달라”고 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이런 지시가 나오자 각 멤버사는 자회사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중이다. 멤버사는 각 자회사의 정리 방안을 내달 중 협의회에 보고하게 된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096770)의 중간 지주사를 포함해 전사 차원에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금을 창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회사 매각에도 나섰다. 그룹은 11번가를 비롯해 SK렌터카의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중에서는 분리막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 SK인천석유화학 등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SK그룹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배터리 사업 구조 개편 방안도 의뢰했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는 SK온은 윤활유 사업을 하는 SK엔무브와 합병 후 상장하는 방안이 검토된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비용 절감과 사업 리밸런싱에 초점을 맞춘 최 의장의 그룹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연초부터 핵심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꾸려진 태스크포스(TF)와는 별도로 추가적인 자회사 최적화 방안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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