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1년 만에 고향인 경북 포항을 찾았다. 김윤옥 여사와 함께 1박 2일간 머무를 계획이다. 4·10 총선 이후 처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늘 마음은 포항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16일 오전 11시 49분께 KTX 포항역에 도착했다. 회색 정장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그는 마중 나온 이강덕 포항시장과 이상휘 국민의힘 당선인 등과 악수했다. 몇몇 시민들이 놀란 표정을 짓자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유년시절을 보낸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실마을로 이동해 지난달 20일 중건식을 연 경주이씨 재실 ‘이상재(履霜齋)’ 기념 식수 행사와 현판 제막식에 차례로 참석했다. 두 행사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정재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달희 당선인도 함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실 이상재를 둘러보며 “어릴 때 여기서 놀던 때가 생각난다. (한국)전쟁 때도…”라며 잠시 회상했다. 자신이 적은 글씨가 새겨진 현판을 보고는 “젊은 사람들도 와서 알아볼 수 있게 한글로 적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주민들이 열어준 환영 오찬에서 “평소에 자주 와보지 못했지만 늘 마음은 고향에 있고 어디 가도 포항 시민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포항에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인구가 늘어나고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6·25전쟁 때 인민군들이 왔다 갔다 해서 계천 옆 땅굴에서 지내던 생각이 난다. 피난을 여기 덕실마을로 왔기 때문에 더 눈에 생생하다”며 “이곳을 사랑해주시고 자주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와 이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 전 대통령 내외의 방문을 환영했다.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모습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오찬 이후 포항시 아동 양육 시설인 선린애육원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17일에는 포스코국제관에서 시도 관계자, 종교 지도자 등과 조찬 기도회를 갖고 포항제일교회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어 포항 지역 경제인들과 오찬을 하고 천신일 세중 회장의 포스텍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사한 뒤 귀경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