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출생 극복과 연구개발(R&D) 지원에 재정 지원을 아낌없이 투입한다. 다만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예산을 효율화할 수 있는 협업예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외에 중소기업이 혜택 감소를 우려해 중견기업으로 올라가지 않으려는 ‘피터팬증후군’을 없애기 위해 중소기업 때 받던 세제와 금융 등의 혜택을 당분간 지속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는 재정이다. 민생 토론회를 통해 신규 투입해야 하는 예산이 많은 데다 국가 R&D 예산도 역대 최대인 최소 30조 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한 상태다. 반도체 지원을 위한 재원과 중소기업·중견기업 지원을 통한 역동 경제 기반 마련 및 ‘스케일업’ 전략을 위해서도 나랏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1분기 기준 법인세가 전년 대비 5조 5000억 원 급감해 세수 여건이 좋지 않다. 이런 가운데 긴축재정을 유지하면서 지원을 늘리려면 신규 재원의 상당 부분은 기존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이에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혁이다. 학령인구 급감에도 불구하고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고정된 탓에 그 규모가 2030년께 100조 원, 2032년께 1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재정은 빠듯한데 시도교육청 재정은 여유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교육교부금 예산과의 협업을 도모해볼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이달 초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의 11대 프로젝트 중 하나인 직업계고 청년의 취업준비금 지원을 교육교부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저출생 대응 예산 일부를 교육교부금에서 전용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교육 개혁을 꼽은 만큼 교육교부금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인구구조 변화로 급증이 예상되는 재정 소요를 감안해 지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 개편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재정전략회의에 발맞춰 정부는 역동 경제를 위한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마련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테마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진입할 때 받는 혜택이 급격히 줄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해 중소·중견기업 21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86.5%(복수 응답)가 ‘조세 부담 완화’를 스케일업을 위해 바람직한 정책으로 꼽기도 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승격할 경우에도 국책연구과제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