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 요인을 따져볼 중책을 맡은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가 당내 내홍에 휩싸였다. 총선백서특위가 전당대회에 개입할 목적으로 ‘한동훈 책임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란에 더해 전 공관위원들 간 장외 설전이 벌어지며 잡음이 지속되자 급기야 ‘백서 무용론’마저 제기됐다.
총선백서특위는 17일 22대 총선 공관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공천평가회의를 개최했다. 공관위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공천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기 위한 자리였지만, 정작 외부 공관위원 6명 전원과 당연직 공관위원인 장동혁 의원이 불참한 ‘반쪽짜리 회의’로 진행됐다.
당시 공관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이철규 의원은 불참자들을 직격했다. 이 의원은 “총선 백서 작성과 관련해 여러 가지 과도한 공격이 이뤄지고, 중요한 자리에 많은 분이분들이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했다”며 “총선 백서는 누구를 공격하고 책임을 묻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특위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을 몰고 몰고간다는 정치권 안팎의 주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장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일 공수처장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어 지난 8일 부득이 참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공관위 단체 대화방에서 전달했다”며 “면담은 대상자들과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 기본인데,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못할 날짜를 못 박고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안타깝다”고 맞받아쳤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이 의원과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장 의원의 이날 신경전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내부 권력 다툼의 시발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위원장의 영입 인사인 박상수 인천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을 겨냥해 “선수를 하려면 심판을 그만두는 게 맞다”며 “당 대표 출마를 원하면 우선 특위 위원장직을 사임하라”고 쏘아붙였다.
한 전 위원장을 연일 비판 중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정영환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정 전 위원장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위원장의 책임이 있으면 나도 100% 책임이 있고 윤석열 대통령도 100%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말해 ‘한동훈 책임론’을 반박한 것이 홍 시장을 자극했다. 정 전 위원장은 "한 전 위원장이 안 왔으면 판이 안 바뀌었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해볼 만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엄청나게 기여한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을 두둔하는 한편,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국민께서 21대 총선보다 22대 총선에서 6석을 더 주셨다"고 긍정적인 자평을 내놨다.
이에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 전 위원장을 향해 "공천을 엉망으로 해서 당 쇄신 부족으로 참패의 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뻔뻔하게 나와서 자화자찬이라니 참 어이가 없다"며 "선거 망쳐놓고 무슨 낯으로 나와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저런 말을 하느냐"고 쏘아 붙였다.
내부 공방 격화로 백서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신지호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사실상 ‘한동훈 재등판’을 막기 위한 백서 발간”이라며 “백서 작업은 이쯤에서 중단해야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