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을 이해하는 열쇠, ‘금리'

김동균 한국은행 경제교육운영팀 교수


사람들은 요즈음 ‘금융’에 불만이 많다.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에서 이제 좀 벗어나는가 싶을 때 예기치 않은 인플레이션으로,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그간 거의 제로 수준까지 내려놓았던 기준금리를 이번에는 급하게 올리면서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파트 담보대출 등으로 가계부채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던 시점에, 금리가 단기간 크게 오르면서 당혹감이 더 컸을 듯싶다. 여기에는 팬데믹 이전부터 낮은 수준의 금리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로 돈을 빌리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또 실제 그러했기 때문에 막상 금리가 크게 오르자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미 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해외에서 사와야 하는 원자재 등 수입물가도 덩달아 뛰어올라 요새는 어디를 가든 예전 가격 찾기가 쉽지 않을 지경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미 연준을 비롯한 많은 중앙은행도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올렸던 기준금리를 낮추겠다고는 하고 있지만, 한번 올라간 물가는 생각만큼 빠르게 떨어지지 않고 있어 고민이 깊어 지고 있다. 상당 부분 금리에서 비롯된 일이다.


팬데믹 이전부터 학생 등과 함께 금융을 논의할 기회가 종종 있었고, 매번 ‘금융’을 이해하려면 ‘금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때는 워낙 저금리 상황인지라 솔직히 반응이 영 별로였다. 비유하자면, 지진이 전혀 없는 나라의 사람들에게 예컨대, 일본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형 재해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좋을지 설명해야 하는 그런 입장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위기는 새벽 도둑처럼 찾아온다고 했던가. 오히려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바로 그 ‘금리’가 지금은 힘겨운 계산서로 돌변하여 그것도 한꺼번 청구되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금융’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단축키’나 ‘정도(正道)’ 같은 것은 없다. 금융업에 실제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분들 모두 금융은 늘 어렵고 또 두렵다. 금융이 왜 그러한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위기 발발 바로 직전까지 금융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그 위기 징후, 금융시스템 내 불균형(imbalance)을 제대로 눈치챈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최근의 인플레이션도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한 데, 보통 사람들이야 오죽할까. 하지만 이런 일도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만무하다. 반드시 징후가 있기 마련이다. 금융시스템은 계속 우리에게 여러 ‘신호’(signal)를 보냈지만, 우리는 단순 ‘소음’(noise) 정도로 간주해 버렸다. 아픈 지적이지만 지금까지 늘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삶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렇게 큰일은 아니라도 여러 어려움을 마주하면서도 또 살아가야만 하는 것과 같이 ‘금융’은 이미 우리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고서 금융에서 온전히 벗어나 살아가기란 무인도에 고립되어 홀로 생존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몰랐다고 항변해도 얼마나 소용이 될지 모르겠다. 하여, 꼭 수익까지는 아니라도 손실이나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금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모두 좋을 때 수익이 조금 덜 나더라도 어려울 때 위기가 왔을 때 손해를 크게 보지 않는 게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익은 고사하고 자칫 회복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나 마음가짐이 우선 이러한 지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은행 직원들이 최근 서울 중구 서울 중구 한은 화폐수납장 본사에서 신권 화폐를 운송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은

그럼, 어디서부터 금융을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금리’라고 본다. 보통 금리, 주가, 환율을 대표적인 금융변수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금융상품에 붙어 있는 가격표인 셈이다. 주가는 당연히 주식의 가격이고, 환율은 우리나라 원화로 표시된 달러화, 유로화 등 외화의 가격이다. 금리는 주가와 환율에 비해 금융상품의 범위가 더 넓고, 그 자체로 ‘돈의 가격’이라고도 한다. 금리, 주가, 환율 모두 중요하며 또 우리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금리의 영향, 즉 금리의 수준과 변화가 초래하는 그 깊이나 반경은 주가나 환율에 비할 바 아니다. 주가는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일 테고, 환율도 해외여행 혹은 송금 등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신경이 쓰이겠지만, 금리는 차원이 다르다. 금리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듯 일상의 많은 지출, 외식비, 공과금, 학원비, 전·월세뿐만 아니라 향후 나의 취업 경로, 내 집 마련, 노후 준비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단지 우리가 연계하여 잘 생각하지 못할 뿐이다. 게다가 금리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주가와 환율보다 금리를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금융을 이해하는 데 있어 금리가 더 특별한 것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금리, 주가, 환율은 언뜻 따로따로 인 듯 보이지만, 서로는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간의 관계, 즉 인과성을 들여다보면 금리는 ‘원인’ 쪽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금리가 주가나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렇다. 시중금리가 향후 오를 걸로 예상되면 다른 조건이 같다는 전제하에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이때 환율은 금리가 더 오른 화폐가 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현실에서 주가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다. 하지만 기조적인 요인을 꼽으라면 금리는 그중 가장 크고 분명한 요인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금리는 주가와 환율보다 예측이 더 쉽다는 특성이 있다. 심지어 그 방향을 알려주기까지 한다. 주가와 환율은 어떠한가. 내일은 고사하고 몇 분 후 수준만 알아도, 세계 최고 부자가 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모든 금리의 출발 격인 기준금리 결정 과정을 보면, 결정권자인 중앙은행은 그 방향성에 대해 힌트를 미리 주는 경우가 많다. 안전띠를 채 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가속페달을 밟기보다 미리 속도를 높이겠다고 거듭 엄포를 놓고서, 실제 속도를 덜 내더라도 그편이 승객에게도 좋고 자동차(경제 전반)에도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등으로 조금만 주의해서 보면 금리의 방향은 큰 틀에서 예측 가능하며 이를 기초로 이로 인한 영향 등을 점검해 볼 수 있다. 그런 다음 금리 간의 관계, 성장률, 물가, 국제수지 등으로 조금씩 외연을 확대해 나가다 보면 원래의 금리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금리는 화폐 통화, 금융기관 그리고 금융상품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물론 주가와 환율 등 다른 금융변수에 대해 이해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경제도 어렵고 금융도 어렵고 모든 게 다 어렵다. 이 어려운 때 우리가 금리를 더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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