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갈 바에 코스닥 가지" 올해 신규 상장 고작 1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문턱 낮아져
코넥스 상장 비용 지원 올해 전면 삭감
거래소, 1000억 '스케일업 펀드' 결성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성장기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거래소 제공

벤처·중소기업 전용 증권시장인 코넥스(KONEX) 시장에서 상장한 기업이 올해 단 1곳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안팎에서는 코넥스 시장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6일 기준 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세븐브로이맥주’ 1개사다.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맥주는 지난해 12월 신규 상장 신청한 뒤 절차를 거쳐 1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현재까지 코넥스 시장에 새로 입성한 기업은 없다. 지난해 같은 기간 4개 기업이 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코넥스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7월 개설한 중소기업 전용 증권시장이다. 연도별 코넥스 신규상장 기업 수는 2013년 45개사, 2014년 34개사, 2015년 49개사, 2016년 50개사로 늘었으나,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21년 7개사까지 줄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14개사가 상장돼 명맥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스팩 제외)은 27개사로 지난해 동기(27개)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 신규 상장사(리츠·우선주 제외)는 에이피알과 HD현대마린솔루션 2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0개)에 비해 늘었다.


이 같은 코넥스 시장의 부진은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기업 상장 특례)’ 등으로 코스닥 진입 요건이 완화되면서 코넥스를 거치지 않고 코스닥에 바로 상장하는 경우가 늘어난 데다, 코스닥과 비교해 자금 조달 매력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 시장 상장 문턱이 계속 낮아지고, 코스닥 시장이 코넥스 시장 대비 신규 자금 유입 효과가 확실하다는 인식에 기업들도 코스닥 시장으로 바로 가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에 코스닥 시장이 코넥스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코넥스 상장 비용 지원이 끊긴 것도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코넥스시장 활성화 지원사업 지원금’을 올해부터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 도입됐던 지원사업은 코넥스에 상장하는 기업의 비용을 50% 지원하는 정책이다.


올해 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억 2400만 원으로 지난해 (24억 7000만 원)보다 10% 감소하는 등 유동성도 위축되고 있다.이에 따라 코넥스 시장을 코스닥 시장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코스닥 상장 문턱이 더 낮아질 수 있어 코스닥과 코넥스를 나눠서 유지할 실익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코넥스와 코스닥 시장을 통합해 관리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거래소는 코넥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1000억 원 규모의 ‘1차 코넥스 스케일업 펀드’를 결성해 코넥스 상장사와 코넥스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현재 ‘2차 코넥스 자금 지원 펀드’도 결성 중이며 규모는 작년과 같은 1000억 원 수준이다. 해당 펀드는 일부 출자자(LP) 모집이 되지 않아 한 차례 펀드 결성이 미뤄졌으며 현재 자금 집행을 위한 투자 대상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앞서 펀드를 통한 자금 지원을 받았던 업체 중 코넥스 상장을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2차 펀드 결성이 조금 지연되고 있으나LP모집 완료 후 해당 펀드가 결성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코넥스 시장 상황에 대해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코넥스의 독립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활성화 방안을 찾을지 아니면 코스닥 전체 구조에서 볼 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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