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전주지검 형사1부에 사기 범행 30여건이 무더기 송치됐다. ‘3개월~1년 내 수익률 400% 미달 시 환불보장’ ‘3개월 내 스팩주 100% 수익률 미달 시 전액 환불’ 등으로 피해자 40여명을 꾀어 22억원의 거액을 편취한 사건이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령층으로 평생 일한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겉보기에는 퇴직한 노년층을 겨냥한 개인들의 단순 투자 사기였다. 각각의 고소 명단에는 해당 무등록 투자자문업체 대표 A씨는 물론 직원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A씨는 ‘본인은 관련이 없고, 영업 직원들이 수당을 받기 위해 회원들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투자자들을 속이지 말라고 직원들을 교육했다는 자료도 제출했다. 개인의 일탈에 따른 범죄라는 얘기다.
직원들이 알아서 한 범죄 행위지 본인은 연관이 없다는 취지였으나, 전주지검 형사 1부 소속 조원하(변호사시험 11회) 검사는 ‘영업 직원들이 과연 지시 없이 불법적 행위에 나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대표는 물론 임원들까지 동원된, 전형적 조직 사기 범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었다.
궁금증은 대대적 재수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해당 투자자문업체가 서울과 경기도 일산, 전주 등지에 6개 지점을 두고 운영해 왔으나, 압수수색을 단행할 시기에는 모두 폐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A씨에 대한 주거지 압수수색과 함께 계좌 거래 내역·휴대전화기 포렌식 분석 등에 나섰다. 수사 과정에서 임원 등이 여럿 명시된 조직도와 함께 이들 사이 공모 정황이 포함된 다수의 카카오톡 대화록도 확보했다.
이들은 이른바 ‘리딩방’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한 명의 투자자가 리딩방에 들어오면, 마치 투자로 거액의 수익을 얻은 것처럼 공범들이 꾸며 꾀어내는 방식이었다. 이는 대표·임원들이 개별 영업 직원에게 지시해 이뤄지는 방식이었다. 특히 경찰 수사 단계에서 입건조차 되지 않았던 총괄이사 B·C씨의 범행도 확인했다. 또 이들이 전형적인 ‘돌려막기’한 사실도 포착했다. 투자자들이 수익이 나질 않아 가입비를 환불을 요구하자, 이들은 다른 이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돌려줬다. 또 가입이 늘지 않자, 투자를 유도해 받은 금액으로 환불을 해줬다. ‘가입비→환불→투자 유도’로 이어지는 전형적 돌려 막기이자, 사기 피해만 키우는 악순환의 고리였다. 보완 수사가 이뤄지면서 사건 수도 40여건으로 늘었다. 검찰은 포기하지 않는 재수사로 A씨를 비롯해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B·C씨까지 총 3명을 직접 구속 기소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긴 인원도 21명에 달했다. 이들은 투자 전문가를 사칭, 투자자들을 기망한 영업직원이었다. 자칫 단순 사기 사건으로 마무리될 사건이었으나 적극적으로 재수사해 조직·계획적인 서민 다중 피해 사건의 전모를 밝힌 셈이다.
조 검사는 “피의자들은 공판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건의 전모를 자백하고 있다”며 “범행 전면에 등장하지 않아 고소나 수사 과정에서도 제외됐던 임원 2명까지도 추가로 확인해 구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사기 사건의 경우 범죄 수익을 회복할 방안이 없다”며 “환불을 보장한다거나, 특정 종목을 언급하면서 수익률을 언급한다면 사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 회복이 어려운 만큼 비(非)대면으로 고수익 투자나 100% 환불을 언급할 경우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의 경우 일부 피의자들이 피해자들과 피해 보상에 대한 합의 등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이미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돈을 탕진해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