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법] "내가 작성한 자료도 회사 자산…그대로 두고 퇴사하세요"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한 경우는 물론이고 짧게 근무했어도 직장을 그만둘 때는 만감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도 품게 되지만, 본인 스스로가 왜 이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동안 회사에 섭섭했던 일들이 머리 속에 스쳐 지나갈 것이다. 더욱이 좋지 않은 이유로 회사를 나가게 되는 경우에는 홧김에 회사에 골탕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회사에서 만든 자료들은 다 내 것이니까 퇴사와 함께 모두 없애 버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파일을 영구 삭제하거나, 하드디스크 포맷 버튼을 누르면 그 때부터는 무탈하게 회사를 나가는 게 불가능해질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에도 회사의 방침을 어기고 퇴사하기 전 약 3개월 간 자료를 공용 폴더에 백업하지 않고, 나아가 퇴사 직전 회사에서 사용하던 노트북 컴퓨터의 드라이브를 포맷한 후 인수인계 없이 회사를 그만 둔 사안에서 해당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해의 벌금)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이로 인해 피해 회사의 경영 업무가 방해됐거나 방해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판단해 피고인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정당한 권한 없이 허용된 권한을 넘어 타인의 영업 비밀을 훼손하거나 멸실 또는 변경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를 위반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됐다(부정경쟁방지법 제9조의8, 제18조 제3항으로 오는 8월 21일부터 시행). 요즘에는 회사에서 회사의 자료 대부분을 영업 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홧김에 영구 삭제 또는 포맷을 했다가는 더 큰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본인이 회사에서 작성한 자료는 재직 시절 작성한 것은 맞다. 하지만 엄연히 회사의 자료이자 자산이다. 해당 자료를 본인 마음대로 삭제하는 것은 회사의 자산에 해를 가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 순간의 실수가 희망 가득한 이직의 꿈을 산산이 깨버릴 수도 있다. 회사 컴퓨터에 있는 자료는 들고 나와서도 안 되고 지우고 나와서도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이직 후 또 다른 꿈을 펼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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