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 불패’ 제동 걸린 민주…‘비명계 세력화’에 李 연임론 촉각

명심 추미애, 국회의장 탈락에
굳건하던 '친명 체제'에 균열
李, 당원 탈당 방지 집중할 듯
김경수, 盧15주기 참석차 귀국
친문계 구심점 역할론 떠올라

영국에서 유학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위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에서 유학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위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이 예상을 뒤엎는 대이변으로 끝나면서 굳건하던 ‘이재명 대표 연임론’도 흔들리고 있다. 이번 경선을 통해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견제 심리가 확인된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을 계기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비명(비이재명)’계가 세력화에 나설 경우 당내 역학 관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18일 광주에 이어 19일 대전을 찾아 잇따라 당원들과 만나는 행사를 열고 “당원 중심의 대중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예상 밖 경선 결과로 성난 ‘당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서로 생각이 맞지 않더라도 하나의 거대한 목표를 향해 작은 차이를 이겨내면서 목적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당에 대해 섭섭해하는 당원이 꽤 있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혼내기 위해 탈당을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탈당 대신 당비를 끊으라”고 당부했다. 이달 16일 당내 의장 후보 경선에서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추미애 당선인이 패배한 직후 일부 당원들을 중심으로 탈당 움직임이 거세지자 이를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원도 두 배로 늘리고 당원의 권한도 두 배로 늘리겠다”며 지방선거 후보 선출에 영향을 끼치는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의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비율은 50대50이다. 이 대표의 공언대로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면 ‘친명 체제’를 더욱 굳히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의장 경선 후폭풍 수습에 나섰지만 당 대표 연임을 둘러싼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명횡재·비명횡사’라는 당 안팎의 비난에도 선거에서 압승한 데다 원내대표까지 ‘친명’ 박찬대 의원이 꿰차는 등 ‘이재명 연임론’도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의장 후보 경선에서 이 대표의 의중을 뜻하는 ‘명심’과 강성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추 당선인이 예상을 깨고 패배하면서 ‘명심 불패론’도 힘을 잃게 됐다. 3년 뒤 차기 대권을 노리던 이 대표의 당 대표 연임 역시 자연스레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당분간 당원들의 탈당 방지에 집중하며 8월 전당대회 전까지 연임 도전을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주춤하는 사이 당내 비명계가 다시 세력화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공교롭게도 영국에서 유학 중인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김 전 지사가 노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이날 일시 귀국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비명계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23일로 예정된 추도식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야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김 전 지사가 당내 비명·친문 인사들과 두루 접촉할 가능성도 크다. 김 전 지사는 이날 귀국 직후 야권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시 귀국한 입장에서 현실 정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지금은 더 열심히 보고 듣고 배워야 할 때”라고 말을 아꼈다. 당 안팎에서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받고 복역하다 2022년 말 특별사면된 김 전 지사가 정치적으로 복권을 받아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민정 의원은 “정치인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불려나올 수 있다. 필요하다면 역할을 해야 한다”며 김 전 지사 역할론에 힘을 실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