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번지면서 세계 주요 경제권의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에다 예상보다 좋은 기업 실적, 경제지표에 주요국 증시는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4% 상승한 4만3.59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가 종가 기준 4만 선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앞서 15일에는 스탠더드푸어스(S&P)500지수도 종가 기준으로 5300 선을 첫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S&P500은 올 들어 최고가를 23번이나 새로 썼다.
최근의 뉴욕증시 상승세는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가 주도하던 연초와는 달리 인플레이션 둔화와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재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6%를 기록해 전월의 3.8%에서 둔화했다. 자산운용사인 바이코프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더그 바이코프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4%까지 급등할까봐 매우 우려하고 있었다”며 “4월 CPI로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다시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안도했다”고 설명했다.
증시 호조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ACWI)는 이날 0.11% 오른 794.96.77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MSCI ACWI는 23개 선진국과 24개 신흥국의 주요 기업을 추종하는 지수다. 유럽 통합주가지수인 스톡스600은 2일부터 15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 인도, 일본, 호주 증시는 3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블룸버그는 “세계 20대 주식시장 가운데 14곳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유럽은 1분기 기업 실적 호조와 인플레이션 개선 기대감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5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인플레이션이 올해 2.5%에 이어 내년에는 2.0%로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직전 전망인 △올해 2.7% △내년 2.2%보다 개선된 수치다. 일본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됐다. 엔화 하락으로 인한 외국인투자가들의 관심과 내부 투자 확대, 임금 인상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살만 아흐메드는 “거시적 관점에서 현재 증시에 경고등은 없다”며 “경기 순환 측면에서 경제는 강세이고 증시 상승세는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경고도 나온다. 물가 상승률이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보다 여전히 높고 재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한다면 주식 랠리의 기둥이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금리 인상 카드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이날 “현재 통화정책은 제한적인 수준”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 개선이 정체되거나 역전된다면 기준 금리를 높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의장도 필요시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둔화 가능성도 변수다. 데이터트랙리서치의 창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는 “어느 시점에는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몇 달 간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