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30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테믈린 신규 원전 수주전에서 맞수인 프랑스에 앞서 있다는 현지매체 보도가 나왔다.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체코의 ‘경제저널(Ekonomicky Denik)’은 16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들이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승리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러티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의 최고 강점인 ‘온타임 온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kW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 미국(5833달러) 등 경쟁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해당 매체는 입찰 마감 당일인 지난달 30일 송고한 기사에서 한국의 또다른 비장의 카드로 ‘두산스코다파워’를 꼽았다. 한수원이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할 경우 원자로·증기 발생기 등 1차 계통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주기기는 체코 현지 법인인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13일(현지 시간) 박정원 회장과 체코의 얀 피셰르 전 총리, 페트르 트르제슈냐크 산업부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 수주 지원 행사인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스코다JS 등 현지 발전설비 기업들과 수주를 전제로 원전 주기기와 보조기기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과 체코 기업이 일감과 기술 노하우를 나누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경제저널은 “한국이 아직 유럽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 경험이 없다”며 “체코 입찰에서의 승리는 슬로바키아, 폴란드, 스웨덴, 튀르키예에서 추가 수주를 따내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자신들이 유럽 내 인허가상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핀란드와 프랑스 등지에서 지었던 1650㎿급 EPR 원자로와 체코에 수출하려는 1200㎿급 ‘EPR1200’ 원자로는 기술적으로 약 80%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EPR 원자로가 유럽에서 무난히 승인 절차를 통과한 만큼 EPR1200도 신속히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EDF의 설명이다. 프랑스원전규제기관인 ASN도 체코원자력안전위원회(SÚJB)에 이례적으로 서한을 보내 EPR1200의 인허가에 대한 협력과 정보 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DF 측은 APR1000의 기반이 되는 구형 한국 원자로는 이중 격납 등과 같은 유럽연합(EU)에서 요구하는 안전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도 폄훼했다. 한수원의 APR1000은 지난해 3월 유럽사업자협회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함으로써 안전성과 경제성을 객관적으로 입증받은 바 있다.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는 한수원과 EDF의 입찰 서류 등을 평가한 뒤 다음 달 중순 정부에 심사보고서를 제출한다. 체코 정부는 이를 토대로 7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연내 본계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체코 신규 원전은 2029년 착공해 2036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