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이달 30일 출범한다. 범여당의 의석수는 국회 300석 중 108석이다.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구조다. 범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175석으로 민주당은 단독으로 예산안부터 거의 모든 법률안을 통과시킬 수 있고 합종연횡을 통해 대통령 탄핵과 헌법 개정도 논의할 수 있다. 야당이 권력 쟁취를 위해 끊임없는 정치투쟁으로 국정을 마비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2028년 5월 29일까지 이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헌 헌법에서는 국회가 대통령을 뽑았지만 국회의 정치투쟁으로 정국은 혼란스러웠다. 나라가 전쟁을 하는 와중에서도 권력투쟁은 끊이지 않았다. 국회의 권력이 대통령 직선제로 약화하자 정치인들은 대통령 직선제를 독재의 상징으로 호도했다. 유신헌법 이후 대통령 간선제로 돌아갔지만 1980년대에는 대통령 직선제가 민주주의의 절대적 기준인 것처럼 사람들은 거리에 나왔다. 개헌과 호헌은 마치 선과 악의 대결처럼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선제가 독재 체제를 만들어낸다면서 대통령 직선제를 반대한 적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라고 일갈했다. 대통령도 탄핵한 국회이지만 국회의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정치인은 입장에 따라 사언에 대한 평가를 달리한다. 이런 정치인들이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면 행정부가 흔들리고 경제는 어려움을 겪는다. 권력투쟁을 위해 인기영합주의에 매몰될 수 있는 국회의 힘을 견제할 정치제도가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 구조의 흠결이다. 국회의원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책임은 없다. 국회에서 힘의 균형이 사라지면 정치는 항상 국민을 실망시킨다.
22대 국회가 출범하기도 전에 야당은 민생을 파탄 낼 수 있는 특별법을 들고나왔다. 돈만 풀면 경제가 산다는 선전 선동은 잠시 국민을 속일 수 있어도 야당은 선동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수백 년 전 조선에서조차 이런 선동은 없었다. 세종대왕도 돈을 함부로 풀어서는 안 된다고 저화소에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풀린 돈으로 고물가의 고통을 받는데 파를 들고 흔든다고 물가가 낮아질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돈 풀자는 이야기는 조선총독부를 연상시킨다. 일본 패망 이후 조선총독부가 뿌린 돈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마비됐다. 야당은 특별법으로 경제를 마비시키고 경제가 파탄 나면 다음 선거에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올 태세다. 국회의 힘을 장악한 야당은 이런 정치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중 무역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중동과 동유럽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는 우리가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디지털 혁명이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의 위기도 다가온다. 21대 국회가 내버린 국민연금 개혁도 시간을 다투는 과제다. 22대 국회가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견제받지 않은 야당의 힘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
협치의 모습은 힘이 강한 쪽이 보여야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견원지간이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민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는 관계다. 3권분립의 원칙을 내세운 미국에서도 행정부의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맡는다. 우리나라도 현재 입법권이 한쪽으로 쏠린 상황에서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위원장을 담당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다수의 횡포를 막기 위해 회의 진행에서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관행을 만들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이 내놓은 법률안에 대한 평가와 영향력 검토를 강화해야 한다. 특별법으로 지원금을 주는 행위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정책의 합리성과 타당성이 없고 부작용만 우려되는 정책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한다. 이것이 시장경제의 전제이기도 하다. 다수의 뜻이라고 해서 재산권을 유린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 다수의 횡포를 막지 못하면 경제가 무너진다. 목적을 상실한 정치가 개혁돼야 경제가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