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행사로 대중 앞에 선 金여사…'영부인 역할론' 이해구할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9일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개 활동을 재개한 지 3일 만에 4000여 명이 운집하는 불교 행사에 참석하며 활동 반경을 넓히는 모습이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 내외는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제’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3여래(석가불·가섭불·정광불), 2조사(지공선사·나옹선사)의 사리가 100년 만에 ‘환지본처(본래의 자리로 돌아감)’된 것을 기념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과 함께 헌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가 대중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지난해 12월 조계사에 마련된 자승 전 총무원장 스님의 분향소를 방문한 후 169일 만이다. 조계종 측은 10년 만에 사리 반환 논의의 계기를 만든 김 여사에게 사의를 전달하고 싶다며 수 차례 참석을 부탁했고, 화답 차원으로 김 여사의 참석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남북 불교계는 사리 반환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채택하고 보스턴미술관 측과 협상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2013년 논의는 중단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당시 김 여사가 보스턴미술관을 찾아 반환을 요청하며 새 국면을 맞았다. 이후 논의가 10년 만에 재개됐고 올해 4월 보스턴미술관이 조계종에 기증하는 형태로 반환이 이뤄졌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2009년부터 반환 논의가 시작됐지만 그동안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잊히게 될 즈음, 김 여사께서 보스턴미술관에 직접 가셨다”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셨다”고 사의를 표했다.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도 윤 대통령 내외와의 환담에서 “그렇게 안 되던 것이 김 여사님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에 “1000만 불자들의 염원이 이룬 결과”라며 “불교계의 숙원을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야당이 공개 행보보다 의혹 해명이 먼저라고 비판을 가하는 것이 부담이지만 줄지은 외교 일정을 염두에 두고 보폭을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달 말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있고, 윤 대통령은 6월과 7월 각각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를 받은 상태다. 대통령의 순방, 정상 간의 오·만찬 등 주요 외교일정은 부부가 동반 참석하는 것이 관례라 대통령실은 그간 활동 재개 시점을 저울질해왔다. 불교 행사로 대중 앞에 선 것은 ‘영부인 역할’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되돌릴 수 있는 명분을 갖췄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향후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활동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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