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활황·매출 부진에…"기업부채 연평균 8% 늘어"

지난해 기업부채 2734조 원… 6년 전보다 1000조 늘어
"부동산PF서 자금 차입 늘어…시설자금 대출도 증가"
부채비율은 122%… "독일·일본보다 낮아 안정적 평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국내 기업부채가 지난해 말까지 연평균 8%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활발해진 데다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영업자금 수요가 대폭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BOK 노트-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기업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2734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1699조 원)과 비교하면 1000조 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연평균 증가세는 8.3%에 달해 해당 기간 명목성장률(3.4%)을 2배 이상 뛰어넘었다.


기업부채가 폭증한 이유는 부동산경기 활황으로 해당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의 부동산임대업 대출액은 2017년 165조 7000억 원에서 지난해 339조 5000억으로 173조 8000억 원 늘었다. 부동산개발업 대출 역시 2017년 66조 6000억 원에서 지난해 179조 7000억 원으로 113조 원 이상 확대됐다.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영업자금과 시설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 됐다. 기업의 시설자금 대출은 2017년(-2.4%)과 2018년(-2.8%), 2019년(-5.3%) 등 3년 연속으로 줄었지만 2020년 이후 플러스로 돌아섰다. 2020년 12.2% 늘어난 데 이어 2021년(7.3%), 2022년(16.5%), 2023년(16.4%) 등 두자릿수 증가세가 나타났다. 운전자금 대출 역시 2017년(-2%)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2020년 들어 13%로 늘었고 2022년에는 28.8%까지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2020년 이후 수익성 둔화 등으로 영업 현금흐름의 개선이 제한된 상황에서 투자 확대에 소요되는 재원을 외부 조달한 것”이라며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는 반도체, 석유화학, 2차전지 등의 부차 증가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개인사업자 금융지원 확대도 기업부채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 개인사업자대출 증가 규모는 2017~2019년 연평균 24조 원 수준이었는데 2020~2022년에는 54조 원까지 늘었다.


이 같은 국내 기업부채의 증가에도 재무 리스크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기업의 경우 이익잉여금 적립,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이 동반되며 부채비율이 122%를 나타냈다”며 “이는 독일(200%), 일본(145%) 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인 만큼 건전성 측면에서 대체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기업의 부채 증가세는 2022년 하반기부터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부채 증가세는 4.5%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장기평균 수준(4.8%)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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