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내원한 한 환자분은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고 하니까 신분증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왜 내 개인정보를 보여줘야 하냐’며 화를 내더라고요. 이미 뉴스에서도 다 다룬 소식인데도 그러니 속상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진료를 받을 때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는 ‘요양병원 본인확인 강화 제도’가 시행된 20일 서울 서대문구 한 내과의 간호조무사는 “당장 오늘은 신분증을 안 가져온 분들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지참을 깜빡하거나 오늘처럼 갖고 왔어도 검사를 거부하는 분들이 생길 수 있어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이같이 토로했다.
실제 이날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소재 의원 10여곳을 방문한 결과 대다수 환자들은 신분증 준비에 철저했다. 노파심에 주민등록초본을 떼온 환자도 있었다. 개별 의원 차원에서 안내데스크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홍보물을 붙여 놓고 환자들에게 미리 당부한 덕분이다.
송파구 한 흉부외과 의원의 간호사는 “예약의 90%가 유선상으로 이뤄지는데 통화 때마다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예약 후 발송하는 문자메시지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해 보냈다”고 전했다.
다만 만반의 준비에도 시행 첫날인 만큼 혼란이 없진 않았다. 본인확인 자체를 꺼리는 환자들이 있는가 하면 신분증을 아예 가지고 오지 않은 환자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종로구에 있는 한 안과의 간호사는 “오전 동안 세 분 정도가 신분증을 안 가져오셨다”며 “어떤 분은 모바일 건강보험증 애플리케이션(앱)도 신분증도 없어서 일일이 설치 안내를 해 드려야 했다”고 전했다.
병원 측에서도 세부적인 사항까지는 파악하지는 못한 경우도 있었다. “원칙적으로 모든 환자들의 신분증을 검사한다”고 전한 서대문구 한 재활의학과의 간호사는 본인 확인 이후 6개월 내 재진 환자의 경우 신분증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그건 몰랐다. 정말 그렇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의 경우 아예 제도를 준수하지 않는 듯한 낌새를 보이기도 했다. 송파구 한 한의원의 간호조무사는 신분증을 안 가져온 환자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떤 거요?”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기자가 “오늘부터 모든 의료기관에서 신분증 검사가 의무화됐는데 몰랐냐”고 묻자 대답 없이 곧바로 의사를 대동했다.
한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현장 평가는 반반으로 갈렸다. 서대문구 한 내과 관계자는 “국가가 할 일을 병원에 떠넘기는 것이다. 일이 몇 배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 반면 마포구 한 한의원 관계자는 “실제로 건강보험을 도용하는 경우를 몇 번 목격한 입장에서 귀찮지만 올바른 방향의 정책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