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성장·고령화 속 나랏빚 급증…지금이 ‘선심 입법’ 할 때인가

저성장 장기화와 급속한 고령화로 나랏빚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 점검 보고서와 세계은행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55.2%로 나타났다. GDP 대비 D2 비율은 2013년 37.7%에서 10년간 17.5%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비기축통화국 11개국 가운데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비기축통화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기축통화국에 비해 채권 등의 수요가 적어 재정 건전성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한국은 비기축통화국 중에서도 특히 빠른 부채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의무지출은 내년부터 해마다 20조 원대로 불어날 정도로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5조 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 고령화·저출생에 저성장의 여파로 2045년쯤 한국의 정부 부채 규모가 GDP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경고는 섬뜩하다.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57% 수준인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30년께 70%에 이어 2045년께 100%에 이르고 2050년께 120%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 악화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선심성 돈 풀기 정책을 멈춰야 한다. 특히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법안 추진을 당장 접어야 한다. 지금은 13조 원의 혈세를 허비할 여유가 없다. 당장 정부가 내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재량지출 증가율을 ‘제로’로 묶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재정 부실이 심각하다. 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총리도 “25만 원을 준다고 해서 가계가 활짝 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D1)가 지난해 1126조 7000억 원으로 GDP 대비 50%를 넘긴 데는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탓이 크다. 민주당은 재정 부실화 실책부터 자인하고 이제라도 재정준칙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 ‘선심 정책-나랏빚 급증’의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나야 건전한 재정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