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전쟁 범죄를 이유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양측 최고 지도부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조치’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한 ICC 검사의 체포영장 신청은 충격적이다"면서 "분명히 말하지만 ICC 검사가 무엇을 암시하든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는 어떤 동등성도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축하 행사에서도 이스라엘 지원 방침을 확고히 하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스라엘에 의한)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 학살)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반유대주의에도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며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갈등을 빚던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준 것은 최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 방침을 밝힌 이후 유대계를 포함한 중도 보수층의 표심 이탈이 가시화하고 미 정치권에서도 반발 기류가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ICC의 체포영장 발부가 되레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간 갈등을 일부 봉합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앞서 카림 칸 ICC 검사는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하마스의 신와르, 무함마드 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칸 검사장은 하마스 지도부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7일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수백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최소 245명을 인질로 끌고 간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복공격에 나선 이스라엘에 대해선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국방부 장관이 고의적 전범 살인,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 공격 지시,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ICC 조약인 로마 규정들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2002년 124개국이 서명한 로마 조약에 근거해 설립된 ICC는 반인도적 범죄와 인종 학살, 전쟁 범죄를 저지른 개인 등을 기소할 권한을 갖는 국제기구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ICC 카림 칸 검사장의 결정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백악관의 노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