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흑인 유권자들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가 패배한 전(前) 대통령이 된 이유이자 그가 다시 패자가 될 이유는 당신들”이라며 다시 한번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흑인 유권자의 지지율이 하락해 캠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경합주를 중심으로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 유세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인 19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모어하우스대의 졸업식에 이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미국 흑인 인권 운동 단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행사에 참석했다. 모어하우스대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모교로 명문 흑인 대학 중 하나다. 올해 대선에서 흑인의 표심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지아주와 미시간주를 한꺼번에 방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청년 및 유색인종의 반발을 의식한 듯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희생을 “인도주의의 위기”라고 규정하며 “이 때문에 내가 즉각적인 정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납 수도관 교체,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흑인 대학 지원 확대 등 흑인 공동체를 향한 바이든 정부의 다양한 정책 성과를 열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NAACP 행사에서 “그는 복수를 하기 위해 출마했다”며 “복수로는 나라를 이끌 수 없다. 복수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흑인의 역사야말로 미국의 역사”라며 “나는 미국 대법원에 자랑스럽게 최초의 흑인 여성을 임명했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냈으며, 최초의 유색 여성이 현재 나의 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유세 현장 주변에는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모어하우스대 졸업식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항의의 표시로 바이든 대통령 연설 내내 등을 돌린 채 앉기도 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흑인 유권자의 지지율은 4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