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예술이 된 연등회…"옛것 넘어 대중들과 호흡"

■국내 1세대 '燈 작가' 전영일
단순 불교적 접근 대신 '교감' 초점
기존에 없던 불멍 등 예술성 높여
명상·행복과 접목, 가르침도 전해

전영일 작가 /사진 제공=전영일 작가


“단순히 옛것이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팔모등(전승전통등), 잉어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옛날의 무엇이 아니라 작품으로서 좋아서 사람들이 즐기고 호흡하는 것을 만들고자 했습니다.”(전영일 작가)


불을 형상화한 작품을 두고 네 명이 차례 차례 앉으면 가운데 불이 켜지고 나란히 ‘불멍(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다)’을 한다. 기존 연등회 축제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 잡았다. 국내 1세대 등(燈) 작가인 전영일 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송현공원에서 ‘불멍' 전시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조계종



서울 광화문 광장을 넘어 최근 송현공원까지 연등회 무대를 확장한 전 작가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교 형식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작품이 좋아서 보다가 ‘한국적이구나’, ‘불교적이기도 하네’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소통하고 싶다”며 “시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전 작가는 1세대 등 작가로 꼽힌다. 1990년대 초중반만 하더라도 연등회는 특색이 없었다. 등롱(등에 불을 피우는 것)을 하면 등 작품이라고 했고 그저 큼지막하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뤘다. 그는 “1998년에 연등회에서 등을 만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는데 당시만 해도 배울 게 없었다”며 “자료도 거의 없고 구전돼 오는 게 전부라 스티로폼으로 탑을 깎아서 밖에 조명을 비추거나 호랑이나 학을 크게 만드는 게 전부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2021년 우리나라의 연등회가 제15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구전돼 오는 게 전부였던 연등회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 되기까지 전 작가는 대중들과의 교감을 통해 예술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시각적인 예술성 외에도 불교 용어를 쉽게 풀어 쓰는 것도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불교 용어가 어려워서 문턱을 크게 느낄 수 있는데 이를 사람들이 알 만한 개념으로 풀어서 다가가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조계종

/사진 제공=조계종


이번에 연등회의 일환으로 전시된 작품들도 인상적이다. ‘별’의 경우 역삼각형과 삼각형의 형상이 각각 따로 떨어져 있지만 어느 지점에서 나란히 보면 별의 모양이 완성된다. 따로 떨어져도 함께 하면 빛이 된다는 의미로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해석의 여지가 필요한 부분이다. 미륵보살반가사유상 주변에는 사유의 공간을 둬 시민들이 명상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그는 “어렵게 느껴지는 불교의 가르침을 명상, 행복 등 핵심 단어로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했다”며 “옛것에 그치지 않고 오래오래 영향을 주며 일상에서 공존할 수 있는 연등 예술을 펴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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