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반도체까지 '칩워'…장비 수출에도 악재

반도체 장비사 타격 불가피
삼성 등 주력제품 직격 피했지만
中 보복대응 등 공급망 위기 우려
8인치 파운드리 등 업종엔 호재

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중국산 구형(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에 대해 불확실성 가중 측면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생산 제품이 첨단 반도체인 만큼 직격타를 입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보복 대응이나 장비 수출 면에서 영향을 완전히 비켜날 수는 없어서다.


14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구형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50%까지 올린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에 따른 현지 공급망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중국이 저가 전략을 기반으로 범용 반도체 시장을 독점적으로 가져가려는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일차적으로는 시장 성장을 가로막고 중국의 독점 전략에 제동을 걸려는 사전적 조치”라고 말했다.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둔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의 경우 일정 수준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범용 반도체 제조 시장이 타격을 받게 되면 장비 수요가 줄어드는 연쇄 타격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반도체 장비 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레거시 반도체 규제는 관세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중국으로 향하는 장비와 기술 수출을 틀어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을 시장으로 둔 기업들은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칩 제조사로서는 생산 품목이 중국 기업들과 크게 겹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 대응과 이로 인한 미중 갈등 증폭이 불러올 추가 피해가 우려 지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중국이 미국 무역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갈륨 수출을 통제하며 국내 업체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미국의 제재 그물이 촘촘해질수록 간접적인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가 시작된 후 중국 공장의 노후 반도체 장비를 팔지 않고 있다. 해당 장비들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 미 정부 규제망에 걸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양 사의 피해 규모가 수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일부 사업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DB하이텍과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 키파운드리 등이 해당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정책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 팀장은 “구형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가격으로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시장을 교란하는 중국 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컸던 상황이라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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