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정부·국회가 농가 위해 할 일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2년 차, 미국은 핵심 농업 체제를 세운다. 정부 조직으로 농무부, 지역 거점 농업 연구 주체로 주립대를 설치하고 농지법 제정까지 했다. 한 세대 후 이른바 ‘링컨 효과’는 농업 생산 증가로 나타났다. 1933년 대공황으로 시장은 불황인데 농업 생산은 과잉이 돼 농가 경영 안정 문제로 ‘농업조정법’을 만들어 생산 통제까지 했다.


그로부터 한 세대 후 유럽은 공동체를 만든다. 세계대전으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경험한 터라 농업 증산이 과제였다. 높은 목표 가격으로 증산을 유도했고 얼마 못 가 미국처럼 과잉생산 문제를 맞았다.


마침내 미국·유럽은 세계시장에서 남는 농산물 수출 경쟁을 하며 농정 개혁의 필요를 느꼈다. 그런데 어느 한쪽이 일방적 개혁으로 생산을 감축하고 수출을 줄이면 상대는 무임승차 혜택을 얻는다. 그래서 두 진영은 동시 개혁에 뜻을 모았다. 거기에 다른 국가도 참여시켜 세계 농업 개혁을 시도했다. 이것이 역대 최대 국제통상협상 ‘우루과이라운드’의 한 배경이다.


이후 지금까지 좋든 싫든 농업정책은 상당 정도 국제 표준을 만들었다. 큰 방향을 보면 정부는 평상시 시장가격의 일정 수준을 농가에 보장한다. 그리고 생산자 조직을 육성하고 생산자 주도의 수급 관리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개별 농가의 위험관리 유도를 위해 농가수입보험을 도입하고 보험료 일부를 지원한다. 정부, 생산자 조직, 농가가 책임을 나누는 방향이다.


이 가운데 농가수입보험은 기후변화 등 재해 위험이 커지는 현실에서 꼭 필요한 정책 수단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여건으로는 농가수입보험 도입이 어렵다. 수입보험 도입의 전제 조건인 농가 소득 정보 파악을 못하기 때문이다. 2010년 농업소득세 폐지로 개별 농가의 소득 정보 파악 길이 완전히 막혔다. 이 때문에 보험뿐만 아니라 소득 기반 농가 맞춤형 정책은 모두 막혔다. 지난 팬데믹 때 농가가 재난 지원을 받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첨단 농업 확대로 투융자 수요가 커지는데 농업금융 고도화도 어렵다. 이제 많은 농업인도 소득 정보 파악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농가 소득 정보 파악 체계 마련은 농가 맞춤형 정책 도입의 필요조건이다. 지금으로는 그 어떤 소득 기반 맞춤형 정책 도입은 어렵다. 정부와 국회는 양곡법·농안법 같은 과거 회귀형 정책 공방에 시간을 보내지 말고 미래지향형 정책 기반 구축에 나서야 한다. 이런 전환이 없으면 예산 투입으로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높은 목표 가격 보장 같은 과거 회귀형 정책을 벗어나기 힘들다. 결과로 농업의 도약은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