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논란을 둘러싸고 여권 잠룡들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여의도 정치’에 한발 물러섰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 대응을 놓고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면서 ‘핑퐁 설전’을 벌였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책 이슈를 매개로 한 유력 당권·대권 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전 위원장과 오 시장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직구 규제’ 정책을 놓고 공개 논쟁을 주고받았다. 한 전 위원장은 “서울시장께서 제 의견 제시를 잘못된 ‘처신’이라고 했는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설적인 의견 제시를 ‘처신’ 차원에서 다루는 것에 공감할 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오 시장이 전날 직구 규제 정책을 비판한 여당 인사들에 대해 “처신이 아쉽다”고 지적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구체적인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 시장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 당선인,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을 싸잡아 꼬집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오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의 글이 올라온 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곧바로 반박문을 올렸다. 그는 “'처신'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다만 여당 정치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의견 제시를 하는 것은 가급적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진은 필요하면 대통령실·총리실·장차관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고 협의도 할 수 있다”며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부 통로는 놓았두고 보여주기만 횡행하는 모습은 건강하지 않다”고 직격했다. 이는 당정 간 소통 채널은 외면한 채 ‘메시지 정치’에 집중하는 한 전 위원장의 행보를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제한’ 방침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당 안팎에서는 여당 거물급 인사의 충돌에 대해 ‘대권 경쟁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강력한 대권 경쟁 후보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고 한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몸풀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유 전 의원도 이날 오 시장의 주장을 ‘억지’로 규정하면서 “오 시장의 논점 일탈은 SNS 금지령으로 귀결되는가”라며 공방전에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