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시 대통령 사망에…이란 차기 지도자 후계 구도 요동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성직자 아라피 등 거론
"이란의 대내외적 정책 기조는 변함없을 것" 관측
일각에선 강경파 내 권력투쟁 심화 가능성도 제기

이란의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왼쪽)과 알리레자 아라피. X캡처

‘이란 2인자’로 꼽혀온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이을 후계 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고위 성직자인 알리레자 아라피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누가 되더라도 이란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향후 닷새를 라이시 대통령 추모를 위한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며 “국가 행정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는 다음 대통령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일을 6월 28일로 확정하는 등 사태 수습에 신속히 나서는 모습이다. 이 기간 대통령 직무대행은 모하마드 모흐베르 수석부통령이 맡는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 후계 구도다.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가 대통령 인준·해임권은 물론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및 바시즈민병대에 대한 군 통수권 등 절대 권력을 쥐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현재 이란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최고지도자 자리를 물려받을 경우 ‘세습 통치’에 대한 내부 반발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라피의 경우 모즈타바에 비해 인지도가 낮지만 최고지도자를 선정하는 전문가회의의 일원이자 시아파 핵심 기관인 알무스타파국제대의 총장으로 정치·종교계에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하메네이 체제’가 여전히 견고한 만큼 중동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 핵 프로그램 개발 등을 포함한 이란의 외교적 입장과 대외 정책에는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주된 견해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모두 강경 보수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흐베르 부통령을 비롯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알리 라리자니 전 핵협상가 등을 후보군으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던 라이시 대통령의 빈자리를 놓고 강경파 간 권력투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강경파 내부에서는 정책 강도를 두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초강경 인사들은 ‘히잡 시위’ 등을 포함해 표현의 자유를 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사이드 라일라즈 이란 정치분석가는 “라이시의 죽음으로 이란의 정치가 더욱 경직되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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